음악과 시가 만날 때

바르토크 바이올린협주곡 2번, 말러 교향곡 1번 : 길 샤함, 야닉 네제-세갱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들꽃 호아저씨 2022. 5. 7. 18:12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ók(1881-1945)

바이올린협주곡 2Violinkonzert Nr. 2, Sz 112

I. Allegro non troppo

II. Andante tranquillo

III. Allegro molto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1860~1911)

교향곡 1번 '타이탄'Symphonie Nr. 1 D-Dur "Titan"

I. Langsam. Schleppend. Wie ein Naturlaut  Im Anfang sehr gemächlich

II. Kräftig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III. Feierlich und gemessen, ohne zu schleppen

IV. Stürmisch bewegt

 

바이에른방송심포니오케스트라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

길 샤함Gil Shaham바이올린

야닉 네제-세갱Yannick Nézet-Séguin

https://www.br-klassik.de/concert/ausstrahlung-649724.html

 

Symphonieorchester des BR: Yannick Nézet-Séguin dirigiert Bartók und Mahler | BR-Klassik

Programmheft Zum Konzert Konzert Gil Shaham beim Symphonieorchester am 26. Juni 2014

www.br-klassik.de

 

 

야닉 네제 - 세갱 Yannick Nézet-Séguin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이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에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1965. 11. 4>

-<김수영 전집>(김수영, 민음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