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 평상이 있는 국수집 : 문태준

들꽃 호아저씨 2022. 5. 12. 11:09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피아노협주곡 1번Piano Concerto No. 1 in D minor, Op. 15

I. Maestoso

II. Adagio

III. Rondo : Allegro non troppo

 

베를린필Berlin Philharmonic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 피아노

사이먼 래틀Simon Rattle

https://www.youtube.com/watch?v=y1sfVL5Pw0A

 

 
 

평상이 있는 국수집 / 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수집에 갔다

붐비는 국수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 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식당 일을 손 놓고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 문태준,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