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브람스 현악사중주1번, 슈베르트 현악오중주 : 벨체아사중주단, 피에르 콜롱베, 라파엘 메르랑 - 종로 5가 : 신동엽

들꽃 호아저씨 2022. 5. 24. 11:22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현악사중주1String Quartet No. 1 in C Minor, Op. 51 No. 1 (1865-1873)

I. Allegro

II. Romanza - Poco adagio

III. Allegro molto moderato e comodo

IV. Allegro, alla breve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현악오중주String Quintet in C major D.956, Op.Posth 163

I. Allegro ma non troppo

II. Adagio

III. Scherzo. Presto - Trio. Andante sostenuto

IV. Allegretto

 

벨체아사중주단Belcea Quartet

코리나 벨체아Corina Belcea 바이올린

악셀 샤세르Axel Schacher 바이올린

크시슈토프 호젤스키Krzysztof Chorzelski 비올라

앙투안 레데르렁Antoine Lederlin 첼로

 

피에르 콜롱베Pierre Colombet바이올린(에벤사중주단Quatuor Ebène)

라파엘 메르랑Raphaël Merlin첼로(에벤사중주단Quatuor Ebène)

Concert enregistré à la Philharmonie de Paris (Grande salle Pierre Boulez - Philharmonie) le 23 janvier 2022

https://live.philharmoniedeparis.fr/concert/1135429/

 

Philharmonie de Paris Live - Quatuor Belcea, Pierre Colombet, Raphaël Merlin : Brahms, Schubert

Concert enregistré à la Philharmonie de Paris (Grande salle Pierre Boulez - Philharmonie) le 23 janvier 2022

live.philharmoniedeparis.fr

 

벨체아사중주단Belcea Quartet

 

 

종로 5가 / 신동엽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밤 열한 시 반,

통금에 쫓기는 군상 속에서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의 눈동자와

내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 품고

그 소년의 등허리선 먼 길 떠나온 고구마가

흙 묻은 얼굴들을 맞부비며 저희끼리 비에 젖고 있었다.

충청북도 보은 속리산, 아니면

전라남도 해남땅 어촌 말씨였을까.

나는 가로수 하나를 걷다 되돌아섰다.

그러나 노동자의 홍수 속에 묻혀 그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눈녹이 바람이 부는 질척질척한 겨울날,

종묘 담을 끼고 돌다가 나는 보았어.

그의 누나였을까.

부은 한쪽 눈의 창녀가 양지쪽 기대 앉아

속내의 바람으로, 때 묻은 긴 편지 읽고 있었지.

그리고 언젠가 보았어.

세종로 고층건물 공사장,

자갈지게 등짐하던 노동자 하나이

허리를 다쳐 쓰러져 있었지.

그 소년의 아버지였을까.

반도의 하늘 높이서 태양이 쏟아지고,

싸늘한 땀방울 뿜어낸 이마엔 세 줄기 강물.

대륙의 섬나라의

그리고 또 오늘 저 새로운 은행국(銀行國)의

물결이 뒹굴고 있었다.

남은 것은 없었다.

나날이 허물어져가는 그나마 토방 한 칸.

봄이면 쑥, 여름이면 나무뿌리, 가을이면 타작마당을 휩쏘는 빈 바람.

변한 것은 없었다.

이조 오백 년은 끝나지 않았다.

옛날 같으면 북간도라도 갔지.

기껏해야 버스길 삼백 리 서울로 왔지

고층건물 침대 속 누워 비료광고만 뿌리는 그머리 마을,

또 무슨 넉살 꾸미기 위해 짓는지도 모를 빌딩 공사장,

도시락 차고 왔지.

이슬비 오는 날,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그 소년의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눈동자엔 밤이 내리고

노동으로 지친 나의 가슴에선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신동엽 전집>(신동엽, 을유문화사, 1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