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열 : 그리고리 소콜로프 - 삐딱함에 대하여 : 이정록

들꽃 호아저씨 2022. 6. 14. 01:15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1873-1943)

전주곡 열Preludes, Op. 23

No. 1 in F-sharp minor: Largo

No. 2 in B-flat major: Maestoso

No. 3 in D minor: Tempo di menuetto

No. 4 in D major: Andante cantabile

No. 5 in G minor: Alla marcia

No. 6 in E-flat major: Andante

No. 7 in C minor: Allegro

No. 8 in A-flat major: Allegro vivace

No. 9 in E-flat minor: Presto

No. 10 in G-flat major: Largo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Venue: Human Rights Chamber at Palais des Nations. United Nations (Geneva, Switzerland) Broadcast date:Thursday, December 23, 2021 4:00 AM(KST)

https://www.youtube.com/watch?v=awcsPUTyo1c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삐딱함에 대하여 / 이정록

 

지구본을 선물 받았다.

아무리 골라도 삐딱한 것밖에 없더라.

난 아버지의 싱거운 농담이 좋다.

지구가 본래 삐딱해서 네가 삐딱한 거야.

삐딱한 데다 균형을 맞추려니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아버지는 맨날 술 드시고요?

삐딱하니 짝다리로 피워야 담배 맛도 제대로지.

끊어 짜슥아! 아버지랑 나누는 삐딱한 얘기가 좋다.

참외밭 참외도 살구나무 살구도

처음엔 삐딱하게 열매 맺지.

아버지 얘기는 여기서부터 설교다.

소주병이랑 술잔도 삐딱하게 만나고

가마솥 누룽지를 긁는 놋숟가락도 반달처럼 삐딱하게 닳지.

그러니까 말이다. 네가 삐딱한 것도 좋은 열매란 증거야.

설교도 간혹 귀에 쏙쏙 박힐 때가 있다.

이놈의 땅덩어리와 나란히 걸어가려면 삐딱해야지.

 

-처음엔 삐딱하게(이정록 외, 창비,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