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프랑크 전주곡, 푸가와 변주곡, 라벨 소나티네, 탈베르크 벨리니 ‘라 손남불라’(몽유병의 여인) 그랜드 카프리스, 슈만 환상소곡집, 리스트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왈.. 맨드라미..

들꽃 호아저씨 2022. 6. 15. 18:49

 

 

 

세자르 프랑크César Franck (1822-1890) 전주곡, 푸가와 변주곡Prélude, Fugue et Variation Op. 18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 소나티네Sonatine

지기스문트 탈베르크Sigismund Thalberg (1812-1871) 벨리니 ‘라 손남불라’(몽유병의 여인) 그랜드 카프리스Grand caprice on Bellini's La Sonnambula Op. 46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환상소곡집Fantasiestücke Op. 12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왈츠를 피아노로 편곡Paraphrase on a Waltz from Gounod's Faust S407

조아키노 로시니Gioachino Rossini (1792 – 1868) Petit caprice (오펜바흐 스타일로Style Offenbach)

 

마리암 바차슈빌리Mariam Batsashvili 피아노

at Wigmore Hall in London

https://www.youtube.com/watch?v=QkKnwvPpvf8

 

마리암 바차슈빌리Mariam Batsashvili 피아노

 

 

 

맨드라미에 부침 / 권대웅

 

언제나 지쳐서 돌아오면 가을이었다.

세상은 여름 내내 나를 물에 빠뜨리다가

그냥 아무 정거장에나 툭 던져놓고

저 혼자 훌쩍 떠나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나를 보고 빨갛게 웃던 맨드라미

그래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단지 붉은 잇몸 미소만으로도 다 안다는

그 침묵의 그늘 아래

며칠쯤 푹 잠들고 싶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며 일어서는 길에

빈혈이 일 만큼 파란 하늘은 너무 멀리 있고

세월은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 변방의 길 휘어진 저쪽 물끄러미 바라보면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문을 여는 텅 빈 방처럼

후드득 묻어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고독에

울컥 눈물나는 가을

덥수룩한 웃음을 지닌 산도적 같은 사내가 되고 싶었습니다.

혹시 서 있다가 아름답도록 아픈 사람을 만나면 불러주십시오.

 

-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권대웅, 문학동네,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