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열 : 그리고리 소콜로프 -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 류시화

들꽃 호아저씨 2022. 6. 20. 07:15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1873-1943)

전주곡 열Preludes, Op. 23

No. 1 in F-sharp minor: Largo

No. 2 in B-flat major: Maestoso

No. 3 in D minor: Tempo di menuetto

No. 4 in D major: Andante cantabile

No. 5 in G minor: Alla marcia

No. 6 in E-flat major: Andante

No. 7 in C minor: Allegro

No. 8 in A-flat major: Allegro vivace

No. 9 in E-flat minor: Presto

No. 10 in G-flat major: Largo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Venue: Human Rights Chamber at Palais des Nations. United Nations (Geneva, Switzerland) Broadcast date:Thursday, December 23, 2021 4:00 AM(KST)

https://www.youtube.com/watch?v=awcsPUTyo1c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 류시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

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 간 하루들의 재로

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을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꼬>(류시화, 열림원,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