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바이올린소나타 9번 ‘크로이처 소나타’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 9 in A Major, Op. 47 "Kreutzer Sonata"
1. Adagio sostenuto – Presto
2. Andante con variazioni
3. Presto
세자르 프랑크César Franck, 바이올린소나타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A Major, FWV 8
1. Allegretto ben moderato
2. Allegro
3. Recitativo fantasia, ben moderato
4. Allegretto poco mosso
르노 카푸숑Renaud Capuçon 바이올린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j6AImV-RZO4&t=169s



그 말이 나를 살게 하고 / 천양희
접어둔 마음을
책장처럼 펼친다
머리끝에는 못다 읽은
책 한권이 매달리고
마음은 또
짧은 문장밖에 쓰지 못하네
이렇게 몸이 끌고 가는 시간 뒤로
느슨한 산문인 채
밤이 가고 있네
다음 날은
아직 일러 오지 않는 때
내 속 어딘가에
소리 없이 활짝 핀 열꽃 같은
말들, 언로(言路)들
오! 육체는 슬퍼라. 나는 지상의 모든 책들을 다 읽었노라던 말라르메의 그 말이,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던 김수영의 그 말이, 흠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던 랭보의 그 말이, 누가 나를 인간에 포함시켰소라던 브로드스키의 그 말이, 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떻게 알겠느냐던 니체의 그 말이,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던 말레리의 그 말이······
나는 본다
나에게로 세상에게로
내려앉는 말의 꽃이파리들
내 귀는 듣는다
나에게로 세상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말의 발자국 소리들
나를 끌고 가는
밑줄 친 문장들.
-『마음의 수수밭』(천양희, 창비,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