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9번 ‘크로이처 소나타’, 프랑크 바이올린소나타 : 르노 카푸숑, 마르타 아르헤리치 - 그 말이 나를 살게 하고 : 천양희

들꽃 호아저씨 2022. 6. 25. 15:29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바이올린소나타 9번 ‘크로이처 소나타’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 9 in A Major, Op. 47 "Kreutzer Sonata"

1. Adagio sostenuto – Presto

2. Andante con variazioni

3. Presto

 

세자르 프랑크César Franck, 바이올린소나타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A Major, FWV 8

1. Allegretto ben moderato

2. Allegro

3. Recitativo fantasia, ben moderato

4. Allegretto poco mosso

 

르노 카푸숑Renaud Capuçon 바이올린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j6AImV-RZO4&t=169s

 

르노 카푸숑Renaud Capuçon 바이올린

 

그 말이 나를 살게 하고 / 천양희

 

접어둔 마음을

책장처럼 펼친다

머리끝에는 못다 읽은

책 한권이 매달리고

마음은 또

짧은 문장밖에 쓰지 못하네

이렇게 몸이 끌고 가는 시간 뒤로

느슨한 산문인 채

밤이 가고 있네

다음 날은

아직 일러 오지 않는 때

내 속 어딘가에

소리 없이 활짝 핀 열꽃 같은

말들, 언로(言路)

! 육체는 슬퍼라. 나는 지상의 모든 책들을 다 읽었노라던 말라르메의 그 말이,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던 김수영의 그 말이, 흠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던 랭보의 그 말이, 누가 나를 인간에 포함시켰소라던 브로드스키의 그 말이, 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떻게 알겠느냐던 니체의 그 말이,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던 말레리의 그 말이······

나는 본다

나에게로 세상에게로

내려앉는 말의 꽃이파리들

내 귀는 듣는다

나에게로 세상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말의 발자국 소리들

나를 끌고 가는

밑줄 친 문장들.

-마음의 수수밭(천양희, 창비,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