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4번, 13번, 차이콥스키 ‘사계’ 피아노를 위한 12가지 독특한 그림 : 미하일 플레트네프 - 소읍에 대한 보고 : 엄원태

들꽃 호아저씨 2022. 7. 2. 17:58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피아노 소나타 4번Piano Sonata No. 4 in A Minor Op.164 D537(1817)

I. Allegro ma non troppo

II. Allegretto quasi andantino

III. Allegro vivace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피아노 소나타 13번Piano Sonata No. 13 in A major op. 120 D. 664(1819)

I. Allegro moderato

II. Andante

III. Allegro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1840-1893)

‘사계’The Seasons, 피아노를 위한 12가지 독특한 그림 Op. 37a (1876 년)

'January' 불가에서(By the Hearth) Moderato semplice, ma espressivo

'February' 사육제(The Carnival) Allegro giusto

'March' 종달새의 노래(Song of the Lark) Andantino espressivo

'April' 눈송이(Snowdrop) Allegretto con moto e un poco

'May' 백야(White Nights) Andantion

'June' 뱃노래(Barcarolle) Andante cantabile

'July' 수확의 노래(Reaper's Song) Allegro moderato con moto

'August' 추수(The Harvest) Allegro vivace

'September' 사냥(The Hunt) Allegro non troppo

'October' 가을의 노래(Autumn Song) Andante doloroso e molto cantabile

'November' 삼두마차(On the Troika) Allegro moderato

'December' 크리스마스(Christmas) Tempo di Valse

 

미하일 플레트네프Michail Pletnev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n04sNij_ahc

미하일 플레트네프Michail Pletnev 피아노

 

 

 

소읍에 대한 보고 / 엄원태

 

여기 소읍이 있다

 

소읍은, 당신이 만약 국도를 따라 여행하는 자라면

어디서나 가끔은 만나거나 지나치게 되는 곳이다

소읍에는 대개 몇 개의 쇠락한 상점이나

엎어진 듯, 맥을 놓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있다

 

소읍에, 아직 사람이 산다

아니, 아직 이곳에 사람이 산단 말인가, 하고

새삼스레 누구는 질문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없는 듯 산다

그들은 대개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의 그 황홀한,

도시의 자랑스런 시민들도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도시로, 농촌으로, 할 일을 빼앗긴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은 거미처럼 자신의 육체가

뜯어먹힌, 빈 껍질이라는 것을 안다

소말리아의 아이들처럼 그들의 몸은, 뼈들 사이로

바람이 휑하니 지나다닌 지 이미 오래 되었다

 

소읍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풍경!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에, 그렇게 비칠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그 평화로운 삶을, 그저 그렇게 끈질기게

견 · 뎌 · 내 · 는 것이다

 

소읍엔, 파리 날리는 식당이 있고

짜장면과 짬뽕 외에는 팔아본 적이 별로 없는 중화요리집이 있으며

고기는 냉장고에, 라고 써붙인 정육점이 있고

먼지를 뒤집어쓴 소주나 과자를 파는 가게가 있으며

가게는 비운 채, 한쪽으로 담배 판매대만 빼꼼 열어놓은 담배집이 있다

아예 문을 닫아버린 가게도 있다, 소읍엔

햇살의 운동장인 시외버스 공용정류장과 역전의 빈터가 있으며

엎어진 집들이 있고

지겨운 듯 비틀린 가로수들이 있으며

그것보다 더 많은, 하릴없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것보다는 훨씬 많은, 한없이 늘어진 일상이라는 시간이 있다

 

보라, 소읍에도 이렇듯 없는 것이 없다

보라, 이 삶은 이렇듯 다양하게, 기교적으로, 견뎌내지는 것이다

 

소읍에,

아직 사람이 산다

​- 『소읍에 대한 보고』(엄원태, 문학과지성사,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