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바흐 이탈리아협주곡, 차이콥스키 ‘사계’, 쇼팽 스케르초 넷 : 랑랑 - 우주의 놀이 : 이정록

들꽃 호아저씨 2022. 7. 4. 00:23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이탈리아협주곡Italian Concerto in F Major, BWV 971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1840-93)

사계’The Seasons, op. 37a

 

프레데리크 쇼팽Fryderyk Chopin(1810-1849)

스케르초 넷Four Scherzi

 

랑랑Lang Lang 피아노

at Bing Concert Hall, Stanford University |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EaEdq_8_0uk

랑랑Lang Lang  피아노

 

 

우주의 놀이 / 이정록

 

 

천년 고목도

한때는 새순이었습니다.

새 촉이었습니다.

새싹 기둥을 세우고

첫 잎으로 지붕을 얹습니다.

첫 이파리의 떨림을

모든 이파리가 따라 하듯

나의 사랑은 배냇짓뿐입니다.

곁에서 품으로,

끝없이 첫걸음마를 뗍니다.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영원한 소꿉놀이를 하는 겁니다.

이슬 비치는 그대 숲에서

고사리손을 펼쳐 글을 받아내는 일입니다.

곁을 스쳐간 건들바람과

품에 깃든 회오리바람에 대하여.

태초의 말씀들,

두근두근 옹알이였습니다.

숨결마다 시였습니다.

떡잎 합장에 맞절하며

푸른 말씀을 숭배합니다.

새싹이 자라 숲이 됩니다.

아기가 자라 세상이 됩니다.

등 너머, 손깍지까지 당도한

아득한 어둠을 노래합니다.

싹눈이 열리는 순간,

태초가 열립니다. 거룩한

우주의 놀이가 탄생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이정록, 창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