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15번 ‘종교적’, 14번, 19번 :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 - 오래된 기도 : 이문재

들꽃 호아저씨 2022. 7. 24. 02:14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피아노소나타 15 종교적’Piano Sonata n°15 in C Major "Reliquie", D.840 (1825)

I. Moderato

II. Andante

III. Menuetto. Allegretto

IV. Rondo. Allegro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피아노소나타 14Piano Sonata No 14 in A minor, D 784

. Allegro giusto

. Andante

. Allegro vivace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피아노소나타 19Piano Sonata No 19 in C minor, D958

I. Allegro

II. Adagio

III. Menuetto: Allegro

IV. Allegro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Francesco Piemontesi 피아노

Live at Wigmore Hall

https://www.youtube.com/watch?v=zA12IZ3YDOc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Francesco Piemontesi  피아노

 

 

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문재, 문학동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