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조사 ‘마냥’은 없다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 식당 대표가 연예인 가족의 반려견에게 물려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다.
대부분 관리 소홀을 탓한다. “반려견이 사람마냥 행동할 거라고 여기는지 우리 개는 안 문다고 맹신하는 견주가 많아 불안해요!” “견주에겐 반려견이 마냥 사랑스럽겠지만 목줄을 채우는 등 주변 안전을 고려했으면….” 두 의견에서 나오는 ‘마냥’이란 단어는 생긴 것은 같지만 의미가 다르다. 앞의 ‘마냥’은 조사, 뒤의 ‘마냥’은 부사다.
‘마냥’을 부사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조사론 쓸 수 없다. “마냥 사랑스럽겠지만”이란 표현은 문제가 없다. 언제까지나 줄곧, 부족함이 없이 실컷, 보통의 정도를 넘어 몹시란 뜻의 ‘마냥’은 부사로, 표준어다. “사람마냥”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조사로 쓰인 ‘마냥’은 ‘처럼’의 잘못된 표기다. “사람처럼”으로 고쳐야 한다. 현재 ‘마냥’을 조사로 사용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처럼’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모양’도 있다.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모양으로 자리만 지키고 있다”와 같이 사용한다. 어떤 모습과 같은 모습을 뜻하는 ‘모양’은 명사로, 앞말과 띄어 쓴다. 이를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자리만 지키고 있다”처럼 표현하면 안 된다. “보릿자루 모양으로” 또는 “보릿자루처럼”이라고 고쳐야 바르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바른말 광] 아이마냥 좋아하면 안 돼!
<카게무샤>라는 영화가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작품인데 1980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카게무샤(影武者)는 '적을 속이기 위해 대장과 같은 복장으로 가장시킨 무사'를 가리킨다. 한때 김정일 위원장이나 후세인 대통령의 대역 이야기도 있었으니, 요즘도 그런 수요가 있는 모양이다. 하긴 '나훈아-너훈아, 현철-현찰, 패티김-패튀김'도 같은 맥락이겠다.
한데 우리말에는, 이처럼 비슷하게 닮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똑같이 생긴 '다른 말'들이 있어 더욱 헷갈리게 한다. 보기글을 보자.
'그만하면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눈물을 거둬라./공부를 그만큼 했으면 고시도 거뜬히 걸렸겠다.'
두 문장에 같이 나온 '만큼'은, 똑같이 생겼지만 품사도 다르고 뜻도 다르다. '할 만큼'에서 만큼은 의존명사. 앞의 내용에 상당하는 수량이나 정도임을 나타낼 때 쓰거나(애쓴 만큼 보답을 받다) 뒤에 나오는 내용의 원인이나 근거가 됨을 나타낼 때 쓴다(배가 큰 만큼 먹는 양도 많다). 반면 '그만큼'에서 만큼은 앞말과 비슷한 정도나 한도임을 나타내는 격조사(집채만큼 큰 파도가 밀려왔다). 그래서 '할 만큼'은 띄어 쓰고, '그만큼'은 붙여 쓴다.
'서울~부산 간 열차는 오전 5시부터 다닌다./무궁화호 열차는 오늘부터 사흘간 다니지 않는다.'
앞 문장에 나온 '간'은 의존명사.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까지의 사이'를 가리킬 때 쓴다. 또 '부모와 자식 간'처럼 일부 명사 뒤에 쓰여 '관계'의 뜻을 나타낼 때도 있다. 하지만 뒤 문장에서 '간'은 접미사로 쓰였다. 기간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동안'의 뜻을 더한다. 품사가 다른 만큼 역시 띄어쓰기도 다르다.(한데, 관계의 뜻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간'이 굳어서 한 단어가 된 말은 붙여 쓴다. 그런 말로는 '가부간, 고부간, 내외간, 부녀간, 부부간, 부자간, 피차간' 따위가 있다.)
'선물을 받은 할아버지는 어린이처럼 마냥 즐거워하셨다./선물을 받은 할아버지는 어린이마냥 즐거워하셨다.'
두 보기글에 나온 '마냥'도 생긴 건 같지만 뜻이 다르다. 띄어쓰기에서 알 수 있듯이 앞에 나온 마냥은 부사, 뒤에 나온 마냥은 조사로 쓰였다. 한데, '어린이마냥'은 틀렸다. '어린이처럼, 어린이같이'로 써야 한다. 우리말에서 '마냥'을 조사로 쓰는 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쓰는 데도 함정이 있는 셈이다. 이진원 기자 jinwoni@
[우리말 바루기] 물 만난 고기마냥(?)
“물 만난 고기마냥 맹타를 휘두르는 그가 월간 최다 홈런과 50홈런 고지도 넘을까?” 9경기 연속 홈런에 이어 40홈런 대기록까지 세운 롯데 이대호 선수에게 야구팬들은 이런 기대감을 나타내지만 주의해야 할 표현이 있다.
크게 활약하는 모습을 ‘물 만난 고기마냥’이라고 흔히 표현하지만 ‘마냥’을 ‘처럼’으로 바뤄야 한다. ‘마냥’을 모양이 서로 같거나 비슷함을 나타내는 조사로 쓰는 걸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콩나물시루 모양 꽉 찬 야구장”같이 ‘처럼’과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모양’도 있지만 ‘마냥’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때의 ‘모양’은 명사로 띄어 써야 한다.
‘마냥’을 표준어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까지나 줄곧(마냥 걷다), 부족함 없이 실컷(마냥 먹어 대다), 보통의 정도를 넘어 몹시(마냥 즐겁다)’란 뜻의 부사로 쓸 때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그는 소풍 전날의 아이처럼 마냥 설레었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그는 소풍 전날의 아이마냥 들떠 있었다”에서 ‘마냥’은 같은 형태를 띠고 있으나 품사도 뜻도 다르다. ‘마냥 설레었다’처럼 부사로는 쓸 수 있지만 ‘아이마냥’과 같이 조사로는 쓸 수 없다. ‘아이처럼’으로 고쳐야 한다.
이은희 기자
우리말 바루기 572. 마냥 /모양
'마냥'과 '모양'은 발음과 꼴이 비슷하여 글을 쓸 때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야간 산행자들의 헤드랜턴 불빛이 반딧불마냥 빛나고 있었다" "젊은 여승들이 감나무 밑에서 대나무로 감을 따는 모습이 속세의 여학생들마냥 밝고 즐거운 표정이다"같이 앞말에 붙어 조사로 쓰인 이 '마냥'은 '처럼'의 잘못이다. 아직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으므로 '처럼'으로 고쳐야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줄곧'(가게를 마냥 비워둘 수도 없는 일이다), '부족함이 없이 실컷'(우리는 웃고 떠들며 맥주를 마냥 마셔 댔다), '보통의 정도를 넘어'(아이들과 어울리면 내 나이도 잊은 채 마냥 즐겁기만 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마냥'은 부사로 표준어다.
한편 '처럼'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모양'도 있다.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모양으로 그는 아무 말도 없이 한쪽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콩나물시루 모양 비좁은 교실"과 같이 쓰이는 '모양'은 '어떤 모습과 같은 모습'을 뜻하며, 품사는 명사다. 앞말에 붙이지 말고 띄어 써야 한다. '콩나물시루 모양'은 '모양' 뒤에 '으로'가 생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5/10/1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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