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8번 ‘비장’, 에로이카 변주곡, 17번 ‘템페스트’, 21번 ‘발트슈타인’ : 예프게니 키신 - 베토벤 마지막 소나타의 트릴 : 황동규

들꽃 호아저씨 2023. 1. 23. 06:20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8번 ‘비장’Sonata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에로이카 변주곡Eroica Variations, Op. 35

피아노소나타 17번 ‘템페스트’Sonata in D minor, Op. 31/2 'Tempest'

피아노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Sonata in C Major, Op. 53 'Waldstein'

 

encore: Bagatelle in C Major, Op. 33 No. 5

encore: 6 Variations in D major, Op.76

encore: Bagatelle in E-flat Major, Op. 33 No. 1

 

예프게니 키신Evgeny Kissin 피아노

Verbier Festival 2019, 24th of July

Salle des Combins (Verbier, Switz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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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geny Kissin plays Beethoven's sonatas_哔哩哔哩_bilibili

Verbier Festival 2019压制HD,感谢! Ludwig van 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Grande Sonate pathétique" Eroica Variations, Op. 35 Bagatelle in C Major, Op. 33 No. 5 Bagatelle in E-flat Major, Op. 33 No. 1 收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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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프게니 키신Evgeny Kissin 피아노

 

 

베토벤 마지막 소나타의 트릴 / 황동규

 

 

이마저 뭘 더 안다는 자랑일까?

세상에 나와

일흔아홉 해를 날려 보내고도 두 달 치가 더 날아간 지금,

그런 걸 자랑하던 때가 다 있었나? 있었다면,

아 뜨거! 봄비 속을 정신없이 달리던 젊은 나무 같던 때,

그때의 내가 부럽긴 부럽다.

 

이즘처럼

아는 것 모르는 것 다 합쳐도 별 감동거리 없는 초여름 저녁

늦게까지 혼자 집에 남아 옛 음악이나 틀고 있을 때

폴 루이스가 치는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 끝머리에

지상에 잠시 걸리는 무지개처럼 건반에 올려져

마시던 녹차 색깔까지 아슬아슬 떨게 하는 트릴 한 토막,

창밖의 별들까지 떨고 있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절묘한 떨림 어디 있으랴.

이 트릴, 혹시 별빛 가득 찬 천국의 한 토막은 아닐까?

별 하나가 광채를 띠고 떨며 내려온다.

그래, 소나타도 트릴도 끝난다.

하지만 끝남, 끝남이 있어서

천국의 한 토막이 아니겠는가?

 

-오늘 하루만이라도(황동규, 문학과지성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