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희(1965년 2월 10일(음력)-2021년 4월 1일)
신선희 기일: 양력 2021.04.01
지난 금요일 아침, 제 지인이 다시 열흘이 넘게 단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분은 몸과 마음이 너무 쇠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위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에게 제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서 말이라도 거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파주로 달려갔습니다. 사실은 그날 일이 많이 밀려서 여유가 없었어요. 하지만 늦는만큼 불안만 이어질 것 같아, 전화를 끊고 달려갔습니다.
자리에 누워있다가 저를 만나러 느릿느릿 들어오는 그분을 보는데, 눈물부터 났습니다. 저를 만나면 아무리 힘들어도 늘 배시시 웃어주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습니다. 먹지도 씻지도 않고 그저 죽겠다는 입장만 보여주는 표정.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는 사람의 표정, 영혼이 모두 빠져나간 그런 표정이었어요. 뭐라 말문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힘들어요?”라고 말했는데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분은 자살 유가족, 자살 생존자입니다. 딸이 왕따 피해로 고통을 받다가 죽었고, 아내가 그 아이를 따라갔습니다. 그분은 그동안 자신을 자신이 사는 창고 안에 가두고, 창고에서 나가지 않습니다. 끼니도 하루에 한 끼 정도로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여러 차례 이대로 죽고 싶다면서 단식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은 자살 시도가 아니라 존엄사를 선택한 것이라면서, 다시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죽고 그 엄마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장례식에 오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의를 표했습니다. 직접 와서 사과를 한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잠깐의 ‘이벤트’가 끝나면 그분은 다시 그 창고에서 슬픔과 외로움과 분노 등 여러 감정을 감당하면서 다시 메말라가고 있었습니다. 분명 지난 가을 그 아이의 기일에 만났을 때는 아이 앞에서 “아빠는 조금 더 살다 갈게”라고 이야기하셨던 분이었는데, 그래서 저도 안심을 했었는데요. 이렇게 다시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가는 것 같이, 바싹 마른 몸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가 나에게 부탁한 것은 페이스북에 글을 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에 그분의 딸 추모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떠난 지 만 4년이 지났는데 고작 두 번,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제 페북 글을 복사해서 그분 블로그에 댓글로 올렸습니다. 제가 아이를 추모했음을 알리는 것이 조금이라도 그분께 위로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그동안 제 페북 글을 그 블로그에 여러 번 복사해서 다시 게시하고 있었습니다. 제 글이 아이의 죽음에 가장 정확한 관점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게 무슨 정확한 이야기겠어요. 그저 아이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겁니다.
저는 이번 글을 그분 블로그에 댓글로 올리지 않을 겁니다. 올릴만한 가치도 없는 글이기도 하고요. 댓글은 제 페이스북 친구분들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분은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블로그에는 24시간 클래식 음악을 올리고 있는데, 그게 아이와 아내를 그리고 추모하는 그분의 방식입니다. 민족 민주열사의 기일이면, 열사에 관한 이야기도 올리십니다. 그 블로그를 찾아와서 음악을 들어주시고, 인사도 해주세요. 음악이 좋다거나, 날씨가 좋다거나, 그냥 들렀다 간다고 댓글만 달아주셔도 됩니다. 티스토리 블로그라서 티스토리 가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정말 좋은 음악이 가득한 블로그이니 찾아가 보세요.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분 손을 잡으면서 제발 살자고, 이대로 한 가족이 모두 죽는 것은 안된다고 계속 말했지만, 그분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는데요. 오후에 “죽을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톡이 왔습니다. 저는그를 살게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와 함께 우리 사회의 왕따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왕따를 막아내기 위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함께해나가려고 합니다. 그게 책 읽기 모임이 되든, 글쓰기 모임이 되든, 밥 먹기 모임이 되든 말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블로그를 찾아가서 말을 건네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이름은 ‘유은수’이고, 아버지는 ‘호아저씨’입니다.(베트남의 인민 영웅 호찌민의 별명 그거 맞습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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