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기타 버전) : 페트리트 체쿠 - 각주/학살1 : 김남주

들꽃 호아저씨 2023. 3. 16. 20:35

 

 

각주(脚註)/김남주

 

헤겔은 어딘가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동방에서는 한 사람만이 자유로웠는데 지금도 그렇다

그리스 로마에서는 몇 사람이 자유로웠다

게르만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다

 

마르크스는 어딘가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시아적 봉건 사회에서는 한 사람만이 자유로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몇 사람이 자유롭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만인이 자유로울 것이다

 

그러나 헤겔도 마르크스도

다음과 같이 각주 붙이는 것을 잊어버렸다

 

식민지 사회에서는

단 한 사람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신세계에서 온 얼굴마담과 식민지 매국노

 

얼굴-마담(얼굴madame) 「명사」

 

「1」 술집이나 다방 따위에서 그곳을 대표하는 마담.

마담 역시 2년째나 계속 여왕봉 살롱에 얼굴마담 노릇을 해 오면서….≪이청준, 예언자≫

 

「2」 어떤 분야나 집단에서 무엇을 대표할 만큼 전형적이거나 특징적인 사람.

그는 우리 모임에서 얼굴마담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페트리트 체쿠Petrit Çeku 기타

발터 데스팔이 편곡Arranged by Valter Dešpalj

Live @ Croatian music institute Zagreb

22 march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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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吉他】巴赫 无伴奏大提琴组曲 全六曲 BWV 1007-1012丨Petrit Çeku_哔哩哔哩_bilibili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AAEVOLqFaHI&t=0s Johann Sebastian Bach 6 Cello Suites No. 1 BWV 1007 No. 2 BWV 1008 No. 3 BWV 1009 No. 4 BWV 1010 No. 5 BWV 1011 No. 6 BWV 1012 Complete - LIVE Petrit Çeku - Guitar Arranged by Valter Dešpalj Live @

www.bilibili.com

0518

 

 

김남주 / 학살 1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붉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 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떨지 않는 집이 없었다

밤 12시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 올려 얼굴을 가려버렸고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https://www.youtube.com/watch?v=KS5L1cB1v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