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 조천호 : 1980년 5월 한 외신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아버지 영정을 든 다섯살 조천호. 1980년 5월21일 금남로 시위에 나섰다가 총탄에 맞아 숨진 조사천씨(당시 34세)의 2남1녀중 장남(당시 만 5세).
1980년 5월 18일
신군부에 저항한 무고한 광주 시민들이 죽어 갔습니다.
독재와 무력에 맞서 싸운 시민과 어린 학생 모두에게,
지금까지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비극이었습니다.
이때 한 가정의 가장은 기다리는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아빠의 따뜻한 품 대신 다섯 살 어린 아들은
가슴에 영정 사진을 품었습니다.
-『봄꿈』(고정순 글·그림, 권정생 편지, 길벗어린이, 2022)에서
경상도 아이 보리문둥이가
...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 / 권정생
여기 경상도에서는
5월에 늦게 피는 철쭉꽃을
넌달래꽃이라 부른다
우리들 어머니와 누나들이
보리고개를 힘겹게 넘으며
산에 가서 송기와 산나물을 캐면서
새빨간 넌달래꽃 꺾어 귓머리에 꽂으며
고달픈 5월을 견뎌 온 꽃
천호야
늦게까지 늦게까지 남아서 피어나던
넌달래는
그 때
1980년 5월에도 피었을텐데
넌달래꽃 한 가장이 꺾어
너를 달래지 못한 바보 같은 동무
천호야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그 곳 광주의 슬픈 눈물을
감쪽같이 그렇게 모르고 있었다
벌써 8년이 지난 지금에야
우리는 너의 다섯살 때 사진을 신문에서 봤다.
아버지의 영정을 보듬고 앉은 너의 착한 눈을
38년 전
이 땅의 산과 들을 피로 물들였던 6·25가
아직도 끝이 나지 않고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5월에
목수였던 천호의 아버지를 또 앗아갔구나
미국 서부의 인디언 아버지들처럼
남아메리카의 잉카와 마야의 아저씨들처럼
찢기고 찔리며 죽어 간 아버지들
그 때 인디오의 꼬마들도 슬프게 울면서
몸부림 쳤겠지
저 뜨거운 아프리카의 정글에서
하루 아침 습격해 온 백인들의 쇠사슬에
짐승처럼 끌려갔던 흑인 어머니 아버지들
그 날의 아프리카 정글에서도
천호 같은 아이들이 발을 굴리며 목이 쉬
도록 울었겠지
천호야
정말 우리는 몰랐다고 말해도 될까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른채
우리는 텔레비젼의 쇼를 구경하고
싱거운 코메디를 구경하며 못나게 웃고
있었다
그 긴 세월 8년 동안을
오늘 아침 5월 15일
OO 신문 17쪽에 너의 사진을 처음보고
이날 따라 주일학교에서 부르는 찬송가를
건성으로 부르며 가슴 안이 따갑도록 억울했다
천호야
우리는 경상도 겉보리 문둥이들이다
속이 다 빈 바보 천치같은 감자바위다
학교에서는 죽어라 시험공부만 했고
그래서 특별한 사람이 되어
돈을 벌고 자가용 타고 으스대는 꿈만 꾸고
우리들 여기 경상도 아이들
성원이와 재흠이도 너처럼 중학교 1학년이지만
정말 멍청했구나
하지만 이제부턴 정신 차릴게
거짓말 잘 하는 어른을
제 나라와 겨레를 팔아 권세 누리는 나발 어른들
남과 북을 갈라놓고 싸우게 하고
이제는 또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간붙이려 하는구나
그러나 천호야
지금 이렇게 늦었지만
넌달래꽃 한 다발 꺾어
너의 가슴에 안겨 주면서 약속할게
우리 함께 따뜻하게 참을 나누며
우리들의 슬픈 어머니를 위로하며
저 백두산 꼭대기까지
남북의 아이들 모두가 하나 되어
이 땅의 거짓을 쓸어내고
다시는 피 흘리는 일 없이 살아갈 것을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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