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 길 샤함,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 박남준​

들꽃 호아저씨 2023. 11. 17. 08:43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 박남준

     툇마루에 앉아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본다 마당 한쪽 햇살이 뒤척이는 곳 저것 내가 무심히 버린 놋숟가락 목이 부러진

    화순 산골 홀로 밭을 매다 다음날 기척도 없이 세상을 떠난 어느 할머니, 마루 위엔 고추며 채소 산나물을 팔아 마련한 돈 백만 원이 든 통장과 도장이 검정 고무줄에 묶여 매달려 있었다지

    마을 사람들이 그 돈으로 관을 마련하고 뒷일을 다 마쳤을 때 그만 넣어왔다 피붙이도 없던 그 놋숟가락 언젠가 이가 부러져 솥 바닥을 긁다가 목이 부러져 내 눈 밖에 뒹굴던 것

    버려진 것이 흔들리며 옛일을 되돌린다 머지않은 내일을 밀어올린다 가만히 내 저금통장을 떠올린다 저녁이다 문을 닫고 눕는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박남준, 문학동네, 초판 2000년 3월, 개정판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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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itch(1906-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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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1, 2022. Tchaikovsky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kzch-2022-01-21/

 

Госоркестр России имени Е. Ф. Светланова, Владимир Юровский, Гил Шаха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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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man.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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