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차이콥스키 ‘사계’ : 데니스 마추예프 - 바람이 지는 숲에 잠들겠지 : 박남준

들꽃 호아저씨 2024. 1. 14. 19:41

 

 

바람이 지는 숲에 잠들겠지 / 박남준

돌아보면 젖은 슬픔의 기억처럼

눈들이 녹지 않고 잔설로 잔설로 분분한데

숲에 누우면 황금빛 솔잎들

저문 날의 노을로 수북이 진 겨울숲에 누우면

허공중에 난데없는

굽이굽이 서늘한 큰 강물줄기

강물로 이는 바람에 귀기울이면

낮은 낮은 목소리 마른 풀잎을 울리는 저

바람이 스쳐온 날들 알 듯도 하네

먼 들의 불빛에도 엎드려 흐느끼던 저주 같은 목숨

언제인가 마른 수숫단처럼 풀썩 무너지며

내 삶의 폐가에 쑥대 우거지던 바람

회오리쳐 아— 뒤돌아볼 수 없어

황망한 가슴 쓸어내리며

세상은 고통스러웠어 말하지 않겠어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그 슬픈 노래

많은 날들이 흐르고 내가 어느덧

죽음의 나이에 들어도 묻어둔 채 묻어둔 채

다시 강물로 흐르고 싶지는 않아

비참해

술이 취해 쓰러지겠다

바람이 지는 숲에 잠들겠다

바람은 알겠다 그 숲의 산과 겨울 나무들 위에

눈물의 강줄기가 쉬지 않을 때

한 시절 벼랑 끝에 서 있던

사람의 시간을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박남준, 실천문학사, 2021, 36-37쪽)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1840-93)

‘사계’The Seasons, Op. 37a (Royal Concertgebouw, 2015)

 

'January' 불가에서(By the Hearth) Moderato semplice, ma espressivo

'February' 사육제(The Carnival) Allegro giusto

'March' 종달새의 노래(Song of the Lark) Andantino espressivo

'April' 눈송이(Snowdrop) Allegretto con moto e un poco

'May' 백야(White Nights) Andantion

'June' 뱃노래(Barcarolle) Andante cantabile

'July' 수확의 노래(Reaper's Song) Allegro moderato con moto

'August' 추수(The Harvest) Allegro vivace

'September' 사냥(The Hunt) Allegro non troppo

'October' 가을의 노래(Autumn Song) Andante doloroso e molto cantabile

'November' 삼두마차(On the Troika) Allegro moderato

'December' 크리스마스(Christmas) Tempo di Valse

 

데니스 마추예프Denis Matsuev 피아노

Denis Matsuev, a virtuoso in the grandest of Russian pianistic tradition, gave this remarkable recital

Live from the Royal Concertgebouw, Amsterdam,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lFgkZjFp8q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