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만나야 할 사람 / 김현태
나는 사랑한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존재하는 것을 사랑한다.
길모퉁이를 돌아서
두 눈을 부릅뜨고 달려드는 막차를 사랑하고
새벽이슬을 뒤섞어 마시는
맑디맑은 마지막 소주를 사랑하고
쓸쓸한 겨울 바닷가의 모래사장에
누군가가 남기고 간 마지막 발자국을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이 세상에 둘도 아닌 유일한 것만을 사랑한다.
첫날밤을 훔쳐보듯
밤하늘에 구멍 낸 달님의 눈빛을 사랑하고
아버지와 쏙 닮은 올챙이 같은 내 배꼽을 사랑하고
밤새 긁적거린 시 한 편과 함께
나란히 누운 새벽녘의 쓸쓸함을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이 세상 마지막이면서도 단 하나뿐이기에
감히, 거역할 수 없는
그리하여 언젠가는 꼭 만나야 할
그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눈에서 가슴으로 스미는
눈물 같은 그 한 사람만을 노을빛처럼 사랑하련다.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김현태, 레몬북스, 2015)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1840-93)
‘사계’The Seasons, Op. 37a (Royal Concertgebouw, 2015)
'January' 불가에서(By the Hearth) Moderato semplice, ma espressivo
'February' 사육제(The Carnival) Allegro giusto
'March' 종달새의 노래(Song of the Lark) Andantino espressivo
'April' 눈송이(Snowdrop) Allegretto con moto e un poco
'May' 백야(White Nights) Andantion
'June' 뱃노래(Barcarolle) Andante cantabile
'July' 수확의 노래(Reaper's Song) Allegro moderato con moto
'August' 추수(The Harvest) Allegro vivace
'September' 사냥(The Hunt) Allegro non troppo
'October' 가을의 노래(Autumn Song) Andante doloroso e molto cantabile
'November' 삼두마차(On the Troika) Allegro moderato
'December' 크리스마스(Christmas) Tempo di Valse
데니스 마추예프Denis Matsuev 피아노
Denis Matsuev, a virtuoso in the grandest of Russian pianistic tradition, gave this remarkable recital
Live from the Royal Concertgebouw, Amsterdam,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lFgkZjFp8q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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