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한다 / 류시화
이따금 나는 생각한다, 무당벌레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아니, 삶이 더 가벼울 것이라고
더 별의 눈동자와 닮을 것이라고
멀리 날지는 못해도 중력에
구속받지 않을 만큼은 날 수 있다
혼자 혹은 무리 지어 날 만큼은
아무도 그 삶에 개의치 않고
언제든 원하는 장소로 은둔하거나 실종될 수 있다
명색이 무당일 뿐 이듬해의 일을 점치지 않으며
죽음까지도 소란스럽지 않다
늦지도 이르지도 않게 도착한다
운 좋으면 죽어서 날개하늘나리가 될 수 있고
더 운 좋으면 무로 사라질 수도 있다
어떤 결말이 기다린다 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니까
아니, 기꺼이 원하니까
큰 순환에 자신을 내맡기는 기술은
이들을 따를 자가 없으니까
지구에서 일만 오천 일을 머물면서도
내가 배우지 못한 것이 그것이니까
이따금 나는 생각한다, 손등에 날아와 앉은 칠성무당벌레와
삶을 바꾸고 싶다고
나는 아무것도 손해 볼 것 없지만
무당벌레는 후회막급이리라
그에게는 한 개의 슬픔이 천 개의 기쁨을 사라지게 하겠지만
나에게는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할 테니까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체는 꽃』(류시화, 문학의숲,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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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 Allegr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itch(1906-1975)
교향곡15번Symphonie Nr. 15 A-Dur, op. 141
I. Allegretto
II. Adagio–Largo
III. Allegretto
IV. Adagio–Allegretto
스베틀라노프심포니오케스트라Svetlanov Symphony Orchestra
길 샤함Gil Shaham 바이올린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January 21, 2022. Tchaikovsky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kzch-2022-01-21/
Госоркестр России имени Е. Ф. Светланова, Владимир Юровский, Гил Шаха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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