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 / 권대웅
마당 한구석. 윤기 나고 탄력 있는 피부로 자라던 옥잠화 넓은 잎사귀 속에서 쪽찐 머리에 꽂은 옥비녀 같은 꽃이 피었다. 어느 집 규수였을까. 옥잠화 몸에서 나는 향기가 너무 그윽하여 아침마다 모두머리 단장하고 있는 꽃방. 두근거리며 훔쳐보던 그녀의 흰 뒷목.
지난겨울 담장 아래 눈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해바라기가 피어올라와 물끄러미 방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옷을 갈아 입다 깜짝 놀라 커튼을 쳤다. 언젠가 어디선가 본 볼이 두툼한 여자 같았다.
아침마다 나팔꽃이 목청껏 외치는 소리들.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꾀어내듯 휙휙 휘파람을 불며 허공으로 뻗어가던 넝쿨들, 낭창낭창하던 것들.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없어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칠 년 만에 땅 속에서 나와 7일만 살면서 오직 사랑을 찾기 위해 울던 매미. 당신은 그토록 간절하던 당신을 만났는가.
등줄기에 후줄근하게 땀이 흘렀다. 나도 녹아가고 있었다. 여름의 눈사람처럼 있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 백일홍을 심었는데 백일홍도 그만 져버리고 말았다.
출근하는데 죽은 매미가 마당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권대웅, 문학동네, 2017, 54쪽)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1824~1896)
교향곡 4번 ‘낭만’Symfonia nr 4 "Romantyczna"/Symphony No. 4 in E-flat major (WAB 104) Romantic
I. Bewegt, nicht zu schnell
II. Andante, quasi allegretto
III. Scherzo. Bewegt
IV. Finale: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바르샤바필하모닉오케스트라Warsaw Philharmonic Orchestra-Orkiestra Filharmonii Narodowej
야첵 카스프치크Jacek Kaspszyk
recorded at Warsaw Philharmonic Concert Hall in Warsaw. Poland, February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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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kner - Symphony No. 4 in E-flat major - Jacek Kaspszyk_哔哩哔哩_bilibili
youtube.com/watch?v=-tiofesNvSA Jacek KASPSZYK - dyrygent/conductor Warsaw Philharmonic Orchestra Orkiestra Filharmonii Narodowej recorded at Warsaw Philharmonic Concert Hall in Warsaw. Poland, February 19, 2016 收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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