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사랑과 평화 / 한동안 뜸했었지

들꽃 호아저씨 2019. 11. 24. 09:43

 

 

[바른 말글] 안절부절하다

 

“불륜 아닌 불륜을 들킬까 안절부절했다.” 어느 매체의 기사 내용이다. 물론 ‘안절부절못했다’라고 써야 바르다. ‘안절부절못하다’는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라는 뜻의 동사다. ‘안절부절하다’로 흔히 잘못 쓰는 데는 ‘혹시 병이 났을까 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했었지’라는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라는 노래 가사의 책임이 크다.

 

‘안절부절’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인데 “공무원들 가상화폐 들고 안절부절”처럼 기사 제목에 흔히 쓰인다. ‘갈팡질팡’, ‘오락가락’과 같은 쓰임새인데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부사 ‘안절부절’ 뒤에 ‘어쩔 줄 모르다’가 생략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 안절부절해”는 틀린다.

 

서울신문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2018-02-20 30면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안절부절못하다, 안절부절하다

 

드디어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입니다. 오늘은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져 그야말로 ‘입시한파’가 실감나는 아침이었습니다. 기다리던 수능시험이 끝났으니 수험생들은 그동안 미뤄온 여행이나 쇼핑 등 하고 싶은 일도 참 많겠죠. 그러나 해방감을 만끽하기 전 자식 뒷바라지로 늘 ‘안절부절’ 초조해하며 고생하신 어머니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건네며 손 한번 잡아드리는 게 먼저가 아닐까요.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일컬어 ‘안절부절’이라고 합니다. 이는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다’ ‘안절부절 견딜 수가 없었다’ 등과 같이 부사어로 쓰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럼 ‘안절부절’의 동사는 무엇일까요. 보통 동사형은 ‘-하다’가 붙는 경우가 많으므로 ‘안절부절하다’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겠죠? 그런데 이는 잘못된 말입니다. ‘안절부절’의 동사는 ‘안절부절못하다’가 맞습니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안절부절못하다’ ‘거짓말이 들통 날까봐 안절부절못하다’ 등과 같이 쓰입니다. 그럼 바르게 쓰인 기사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안심이 되기는커녕 또 다른 혼란을 부를까 국민이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 휴대전화 없는 생활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휴대전화가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절부절못할 것이다.

 

* 판교신도시 2차 아파트 당첨자들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방침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2006/11/16 머니투데이

 

 

 

[시시각각][우리말 OX] ‘안절부절못하다/안절부절하다’, ‘주책없다/주책이다’ 가운데 표준어는?

[김용복의 우리말 우리글] 제272강 단수 표준어 (3)

 

제25항: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그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 )안을 버림.

 

예) 부스러기(부스럭지) / 부지깽이(부지팽이) / 부항-단지(부항-항아리)⟶부스럼에서 피고름을 빨아내기 위하여 부항을 붙이는 데 쓰는, 자그마한 단지.

붉으락-푸르락(푸르락-붉으락) / 비켜-덩이(옆-사리미)⟶김맬 때에 흙덩이를 옆으로 빼내는 일, 또는 그 흙덩이. / 빙충-이(빙충-맞이)⟶ 작은말은 ‘뱅충이’.

빠-뜨리다(빠-치다)⟶‘빠트리다’도 표준어임. / 뻣뻣-하다(왜긋다) / 뽐-내다(느물다) / 사로-잠그다(사로-채우다)⟶자물쇠나 빗장 따위를 반 정도만 걸어 놓다.

살-풀이(살-막이) / 상투-쟁이(상투-꼬부랑이)⟶상투 튼 이를 놀리는 말.

새앙-손이(생강-손이) / 샛-별(새벽-별) / 선-머슴(풋-머슴) / 섭섭-하다(애운- 하다) / 속-말(속-소리)⟶국악 용어 ‘속소리’는 표준어임. / 손목-시계(팔목-시계 ,팔뚝-시계) / 손-수레(손-구루마)⟶‘구루마’는 일본어임. / 쇠-고랑(고랑-쇠)

수도-꼭지(수도-고동) / 숙성-하다(숙-지다) / 순대(골-집) / 술-고래(술-꾸러기/술-부대/술-보/술-푸대) / 식은-땀(찬-땀) / 신기-롭다(신기-스럽다)⟶‘신기하다’도 표준어임. / 쌍동-밤(쪽-밤)

 

♣해설

1. ‘붉으락푸르락/푸르락붉으락’은 두 개가 다 인정될 법도 하나 ‘오락가락’이나 ‘들락날락’이 ‘가락오락’이나 ‘날락들락’이 되지 못하듯이 이 종류의 합성어에는 일정한 어순(語順)이 있는 까닭에 더 널리 쓰이는 ‘붉으락푸르락’만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2. ‘안절부절못하다/안절부절하다’와 ‘주책없다/주책이다’의 ‘안절부절하다, 주책이다’는 부정사(不定辭)를 빼고 쓰면서도 의미는 반대가 되지 않고 부정사가 있는 ‘안절부절못하다, 주책없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특이한 용법인데, 오용(誤用)으로 판단되어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3. 빙충이⟶똘똘하지 못하며 어리석고 수줍기만 한 사람

 

4. 뻣뻣-하다⟶휘어지거나 굽어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굳어 있다

 

5. 새앙-손이⟶손가락이 잘려서 생강(生薑)처럼 몽똑하게 된 사람.

‣어릴 적에 어머니의 실수로 새앙손이가 된 그는 불편한 손을 갖고도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를 했다.

 

 

♣~데와 ~대

‣"- 데" 는 과거 어느 때에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현재 말하는 장면에 그대로 옮겨 말함을 나타내는 종결어미입니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안절부절하다'는 틀린 말이죠

입력2017.06.19 09:02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다’를 쓸 자리에 ‘안절부절하다’를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직 사전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주책없다/주책이다’ ‘우연하다/우연찮다’의 관계처럼 언젠가는 ‘안절부절못하다/안절부절하다’도 함께 허용될지 모른다.

 

지난 호에서 ‘주책’의 의미변화에 관해 살펴봤다. 간단히 요약하면 ‘주책없다’로 쓰는 말이 형태를 바꿔 ‘주책이다’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이다. 우리말에는 이처럼 세월이 흐르면서 단어 본래의 뜻이 변해 또 다른 의미가 더해진 말들이 꽤 있다. 심지어 정반대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주로 부정어(없다, 않다, 못하다 따위)와 어울려 쓰인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우연히’와 ‘우연찮게’는 비슷한 말

 

‘우연하다-우연찮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의 소식을 10년 만에 (우연히/우연찮게) 친구한테 들었다.” 괄호 안의 ‘우연히’ ‘우연찮게’는 형태상으로나 의미상으로나 서로 정반대인데 실제로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다. 상식적으로 보면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사전적으로는 ‘우연하다’는 ‘어떤 일이 뜻하지 아니하게 저절로 이뤄져 공교롭다’, ‘우연찮다’는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란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구별은 상당히 모호해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 용례에서도 두 말을 서로 바꿔도 돼 실제론 사람들이 이들을 구별해 쓰지 않는다. 의미변화의 한 현상이다. 어쨌거나 ‘우연하다’와 ‘우연찮다’는 모두 허용되는 말이니 무엇을 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게 중요하다.

 

‘엉터리’의 쓰임새도 재미있다. ‘엉터리’는 본래 ‘사물이나 일의 대강의 윤곽’을 뜻하는 말이다. “1주일 만에 일이 겨우 엉터리가 잡혔다”처럼 쓰던 말이다. 그래서 이를 부정해 ‘엉터리없다’라고 하면 ‘정도나 내용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뜻이 된다. ‘엉터리없는 수작’ ‘엉터리없는 생각’처럼 쓴다. 그런데 이 ‘엉터리없다’에서 부정어가 생략되고 의미이동이 이뤄지면서 지금은 ‘엉터리’란 말 자체가 ‘엉터리없다’란 뜻을 갖게 됐다. 따라서 “이런 엉터리없는 일이 어디 있느냐”라고 하든지,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느냐”라고 하든지 같은 뜻이며 문법적으로 모두 허용된다.

 

 

‘안절부절못하다’가 표준어

 

 

부정어와 어울려 쓰이는 말 중에 ‘안절부절못하다’는 앞의 사례들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르다. ‘주책’과 ‘엉터리’, ‘우연찮다’가 의미변화가 완성돼 활발히 쓰이는 데 비해, ‘안절부절못하다’가 변형된 ‘안절부절하다’는 아직 비표준형이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을 가리켜 ‘안절부절못하다’라고 한다.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안절부절못했다”처럼 쓴다.(사족을 붙이면, 이 말은 단어라 붙여 써야 한다. 자칫 ‘안절부절 못하다’ 식으로 띄어 쓰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안절부절’도 있다. 그 뜻은 ‘안절부절못하다’와 같다. 다만 부사라 단독으로 서술어 역할을 하지 못하고 뒷말을 꾸며주는 형태로 쓰인다. 가령 “그는 조바심이 심해져 안절부절 서성거렸다”처럼 쓴다.

 

문제는 ‘안절부절하다’다.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다’를 쓸 자리에 ‘안절부절하다’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사전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주책없다/주책이다’ ‘우연하다/우연찮다’의 관계처럼 언젠가는 ‘안절부절못하다/안절부절하다’도 함께 허용될지 모른다. 다만 현재로선 ‘안절부절하다’를 쓰면 틀린 말이란 것을 기억해둬야 한다.

 

그러면 ‘안절부절이다’란 표현은 가능할까? “그는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안절부절이었다”라고 해도 된다.

 

이는 부사 ‘안절부절’에 서술격 조사 ‘-이다’가 결합해 서술어로 쓰인 것이다. 다만 이때는 ‘안절부절’이 통사적으로 서술어 기능을 하는 것이라 따로 ‘안절부절이다’란 단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출처 우리말 배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