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영어 전치사 번역투 빈번
"국어 교과서에는 한문과 일본어 번역투에 비해 영어 번역투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그 중에서도 전치사구의 전이가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다"
김정우 경남대 교수는 최근 배달말학회의 학회지 「배달말」에 기고한 `국어 교과서의 외국어 번역투에 대한 종합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초.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51종에 나타난 번역투 문장의 유형을 분석했다.
그는 "번역투란 직역의 번역 방법으로 산출된 번역문에 존재하는 원문 외국어 구조의 전이 흔적"으로 정의하며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을지라도 모국어의 자연스러운 문장 규칙을 깨뜨리는" 수동적인 번역투 문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특히 "영어의 전치사구가 국어 문장에 전이된 용례는 상당히 다양하게 조사됐다"고 말했다.
일례로 ▲그 사람으로부터 잘잘못을 들은 다음..(중학 생활국어 2-2 103쪽) ▲누나와 나는 할머니로부터 무섭게 지청구를 먹어가며..(중학 국어 2-1 146쪽) ▲웃음의 유일한 기능은 `긴장으로부터의 해방`이다(초등 읽기 6-1 97쪽) 등의 문장에서는 `시원(始原)`을 나타내는 영어의 전치사 `from`의 흔적"이 보인다는 것.
그는 이 문장들은 각각 ▲그 사람에게(서) 잘잘못을 들은 다음.. ▲누나와 나는 할머니에게(서) 무섭게 지청구를 먹어가며.. ▲웃음의 기능은 `긴장에서 벗어나는 해방`이다 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변형의 멋도 선보이고(중학 국어 1-2 170쪽)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중학 국어 1-2 232쪽) 등의 문장은 영어 전치사 `through`를 번역한 것이고, ▲문자 언어는 필요에 의해서 오랜 기간을..(중학 국어 1-1 213쪽) ▲제일 긴 그 다리가 폭격에 의해 아깝게 끊어진 뒤로는..(중학 국어 2-1 143쪽) 등의 문장은 전치사 `by`를 번역한 흔적이 짙다고 분석했다.
이들 문장은 각각 ▲이번 기회에..새로운 변형의 멋도 선보이고 ▲작가가 이 소설 속에서 말하고자 한 것.. ▲문자 언어는 필요에 따라 오랜 기간을.. ▲제일 긴 그 다리가 폭격으로 아깝게 끊어진 뒤로는.. 으로 고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김교수는 밝혔다.
김교수는 이외에도 영어의 소유 구문을 나타내는 동사 `have`가 그대로 번역된 듯한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고등 국어 상 84쪽)`, 수동태 구문 형식이 그대로 드러난 `아이들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창작된 놀이(중학 생활국어 2-2 91쪽)` 등 문장도 영어 번역투 문장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를 `사랑하는 처자가 있는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창작한 놀이`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한 "영어 번역투 자료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한문과 일본어 번역투 문장도 존재했다면서, 한문의 기능어 `인(因)`과 `사(使)`의 흔적을 읽어낼 수 있는 문장으로 `소리로 인해 고통받는 내 심정(중학 국어 2-1 27쪽)`, `그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중학 국어 1-1 134쪽)` 등을 들었다.
그는 이들 "번역투의 유형은 두 가지뿐이었지만 빈도는 상당히 높게 나왔다"면서, 이를 각각 `소리로 고통받는 내 심정`, `그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으로 수정했다.
일본어 번역투로는 `닫혀진 약국(중학 국어 1-2 36쪽)`, `잘리어진 나이테(고등 국어 상 29쪽)`, `이 글이 잘 짜여졌는지(고등국어 상 181쪽)` 등을 지적했다.
김교수는 이는 "피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 히, 리. 기`와 통사적 피동구조 `-어지-`가 중복된 이중피동 형태"라고 분석하며, 이들은 `닫힌 약국`, `잘린 나이테`, `이 글이 잘 짜였는지`로 쓰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국어 교과서가 우리의 언어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라면서 "국어 교과서의 문장은 여러 가지 기준에서 `모범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04/01/02 연합뉴스
[우리말바루기] `~고 있다`를 줄여 쓰자
TV에서 일기예보를 하는 것을 보면 “포근한 날씨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당분간 큰 추위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등처럼 '예상되고 있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이 경우 진행이나 지속을 나타내는 '~고 있다'를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예상된다'가 적절한 말이다.
'~고 있다'는 '예상되고 있다'뿐 아니라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등과 같이 여기저기 쓰인다. 그러나 이 역시 '~고 있다'를 붙일 필요가 없는 말들이다. 각각 '기대된다' '우려된다' '주목된다'가 정상적인 표현이다.
'~고 있다'를 남용하는 것은 이 말의 일본어 형태인 '~ている'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학자가 있다. 요즘은 영어의 진행형인 '~ing'를 '~고 있다'로 단순 암기하면서 이 말의 사용이 더욱 늘었다.
재미있는 것은 '~고 있다'가 불필요하게 쓰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존칭인 '~고 계신다' 형태로 진화해 마구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아버님은 농사를 짓고 계신다”(→지으신다), “격려의 말씀을 잊지 않고 계셨다”(→잊지 않으셨다) 등이 이런 경우다. '~고 있다'를 남용하면 정상적인 표현이 저해되고 문장이 너저분해지므로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9/02/23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고 있다’가 넘친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10여 일째 폭염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온열질환자가 900명에 육박하면서 관계기관에서도 연일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문제는 표현 방식이다. “지난 5년간 보고된 온열질환자 6500명 중 40%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발생하고 있고, 작업장 등 실내에서 발생한 경우도 20%에 달하고 있다”와 같이 ‘~고 있다’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어색한 문장이 됐다. ‘발생하고 있고’를 ‘발생했고’로, ‘달하고 있다’를 ‘달한다’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농·축·수산물 등에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도 쓸데없이 ‘~고 있다’를 붙여 문장이 늘어졌다. ‘피해가 우려된다’로도 충분하다.
우리말에서 ‘~고 있다’가 남용되기 시작한 건 현대국어에 와서다. 이 말의 일본어 형태인 ‘~ている’의 영향 때문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다 영어의 진행형인 ‘~ing’를 ‘~고 있다’로 단순 암기하면서 이 말이 더욱 퍼지게 됐다.
“태풍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처럼 행동이 계속 진행되고 있거나 그 행동의 결과가 지속됨을 나타낼 때는 ‘~고 있다’를 써야 한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하고 있다’ ‘보고 있다’ ‘가고 있다’를 ‘한다/했다’ ‘본다/봤다’ ‘간다/갔다’로 바꿔도 의미 전달에 문제가 없을 때가 많다. 오히려 단어의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 우리말의 맛이 살아난다.
‘~고 있다’가 진짜 진행 중인 것인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인지 구분해 문장을 기술해야 한다. 실제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도 글의 흐름상 충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굳이 ‘~고 있다’로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고 있다’로도 모자라 존칭 형태인 ‘~고 계시다’도 마구 사용되는 실정이다. “형님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의 경우 ‘농사를 지으신다’고 하면 된다. “격려의 말씀을 잊지 않고 계셨다”도 ‘잊지 않으셨다’로 표현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 ‘~고 있다’
오늘은 ‘헷갈리는 우리말’이라기보다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서술어를 쓰는 경우를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우리말에서 ‘~고 있다’가 잘못 쓰이는 예가 많습니다. ‘한국인은 밥을 먹고 살고 있습니다’처럼 어색하거나, 잘못됐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한국인은 밥을 먹고 삽니다’로 써야 합니다.
‘~고 있다’가 어색하게 쓰인 경우와 바르게 고친 예를 살펴봅시다.
* 태풍이 곧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상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상륙하리라 예상합니다.
→ 상륙할 것입니다.
* 대응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 대응이 주목됩니다.
→ 대응을 주목합니다.
* 의혹이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의혹이 밝혀질 것으로 봅니다.
→ 의혹이 밝혀질 것입니다.
* 대형사고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 대형사고가 우려됩니다.
*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습니다.
→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바르게 고친 예와 같이 되도록이면 ‘~고 있다’를 쓰지 말도록 합시다.
2005/12/01 머니투데이
`번역투 문장` 장황하고 의미 전달 안돼
김준성의 올바른 글쓰기
일상 대화에서 자주 사용하고 어법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지만, 글로 표현할 때 어색하고 의미가 쉽게 전달되지 않는 문장들이 있다. 불필요한 명사구가 자주 사용된 문장들이다. 명사구는 문장에서 명사의 역할을 하는 구이다. 구는 둘 이상의 단어가 모여 문장에서 하나의 성분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축구는 놀랍다.”에서 ‘한국의 축구’는 하나의 구이고 명사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명사구이다. 이 문장의 명사구는 문제가 없다. 불필요한 명사구를 남용하는 사례들을 보자.
①일반 시민들의 작품에 대한 편안한 관람을 막는다.
일상생활에서 이 문장을 사용하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읽을수록 매우 어색하고 장황하며 의미도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의’, ‘-대한’을 포함한 명사구 때문이다. 이 문장에서 ‘-의’는 소유의 의미가 아닌데 사용되어 문장의 의미를 애매하게 만든다. ‘-대한’은 문장을 장황하게 만드는 불필요한 성분이다. 위 문장은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수정 ①) 일반 시민들이 작품을 편안하게 관람하는 것을 막는다.
다음 문장을 보자.
②영화가 시작하는데 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첫 장면을 추가로 설명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데’를 이용한 표현은 추가 설명이기보다는 내용을 열거하는 것처럼 보인다. ‘-데’는 전환의 의미로 사용될 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위 문장의 ‘-데’는 문장의 의미를 애매하게 만든다. 추가로 설명하는 것인지, 내용을 열거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위 문장은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수정②) 영화는 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음 문장을 보자.
③저자는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적 인식에의 비판으로서의 의식을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읽을수록 장황하고 분명하지 않다. ‘-과/와의’, ‘-에/로의’, ‘-으로서의’ 등은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 다소 매끄럽지 않지만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수정 ③) 저자는 학생들과 대화를 하면서 정치적 인식을 비판하는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같이 불필요한 명사구로 소개된 사례들은 영어 문장을 글자 그대로 번역한 문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불필요한 명사구를 포함한 문장들은 어설프게 번역된 문장들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명사구를 피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김준성 서울대학교 글쓰기교실 선임연구원)
2006/06/19 조선일보
[말빛 발견] 번역투, 느리고 흐림 그리고 어색함/이경우 어문팀장
‘~에 있어서’는 대표적인 일본어 번역투다. 번역한 글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의 말이나 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긍정적으로 보면 ‘있다’를 이용한 표현이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다. 부정적인 쪽에서는 부자연스럽다고 한다. 현실은 긍정의 눈길보다 부정의 눈길이 강하다. ‘에 있어서’라는 표현을 놓고 말할 때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에 초점이 놓이게 된다.
“감독 선임에 있어서 첫 번째 조건은 통솔력이다.” 이 문장은 “감독 선임의 첫 번째 조건은 통솔력이다”라고 바꿀 수 있다. “감독을 선임할 때 첫 번째 조건은 통솔력이다”도 더 우리말다운 표현으로 거론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월 10만원은 큰돈이다”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 불필요하게 ‘있다’를 넣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월 10만원은 큰돈이다”가 얼마나 간결하고 좋으냐고 한다.
그러고 보면 “투자에 있어서도 성향이 반영돼”는 ‘투자에도 성향이 반영돼’, “주역에 있어 대가”는 ‘주역의 대가’라고 하는 게 낫다. 하지만 앞의 “감독 선임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 이때 ‘있다’는 앞말을 화제로 삼았다는 표시가 된다. 그렇더라도 어색해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번역투는 뜻을 흐릿하게 하거나 군더더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문장은 늘어진다. 분명한 표현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학 작품의 의도적 번역투는 다른 문제다.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622029003&wlog_tag3=naver#csidx3d38592fd76f9959a250526c06a9e5d
출처 우리말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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