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혜영이와 용철이에게

들꽃 호아저씨 2021. 9. 6. 15:58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우리들의 죽음 - 정태춘 박은옥(,대한민국)

https://www.youtube.com/watch?v=mOTBeTOZCUs

 

 

[혜영 용철 사건]

 

199039,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일어난 슬픈 사건.

최초 목격자인 집주인 윤 씨에 의하면 오전 9시경, 지하실에서 연기가 새어 나와 이상히 여겨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5살 권혜영, 4살 권용철 남매가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불은 이불과 비닐 옷장 일부를 태우고 곧 꺼졌지만, 이 집에 세 들어 살던 맞벌이 부부인 권 씨와 그 부인 이 씨가 자녀들이 집 밖으로 나가 길을 잃을 것을 우려하여 밥을 차려 놓고 밖에서 자물쇠로 방문을 걸어둔 바람에 어린이들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남매는 발견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질식사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파출부였던 남매의 모친 이 씨가 일을 나간 직후 아이들은 방 안에 있던 성냥으로 불장난을 하다가

불이 옷장과 옷가지로 번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도시빈민의 어둡고 참담했던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났던,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사건.

 

한편, 가수이자 사회운동가인 정태춘은 자신의 앨범 ", 대한민국"에서 '우리들의 죽음'이라는 노래로 이 사건을 노래하였습니다.

아이의 시각에서 담담하게 읊는 목소리와 후반부 내레이션이 눈물짓게 합니다.

 

 

우리들의 죽음 - 정태춘

작사: 정태춘

작곡: 정태춘

 

(낭송)

"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은 나간 사이, 지하 셋방에서 불이나 방 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불이 났을 때 아버지 권 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어머니 이 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 일을 나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바깥 현관문도 잠가 둔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이 씨가 달려와 문을 열었을 때, 다섯 살 혜영 양은 방바닥에 엎드린 채, 세 살 영철 군은 옷더미 속에 코를 묻은 채 숨져 있었다. 두 어린이가 숨진 방은 3평 크기로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비키니 옷장 등 가구류가 타다만 성냥과 함께 불에 그을려 있었다.

이들 부부는 충남 계룡면 금대2리에서 논 900평에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 이겨 지난 88년 서울로 올라왔으며, 지난해 10월 현재의 지하 방을 전세 4백만 원에 얻어 살아왔다. 어머니 이 씨는 경찰에서' 평소 파출부로 나가면서 부엌에는 부엌칼과 연탄불이 있어 위험스럽고, 밖으로 나가면 길을 잃거나 유괴라도 당할 것 같아 방문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평소 이 씨는 아이들이 먹을 점심상과 요강을 준비해 놓고 나가 일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는 주택에는 모두 6개의 지하 방이 있으며, 각각 독립구조로 돼 있다.

 

(노래)

젊은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가고

어머니도 돈 벌러 파출부 나가고

지하실 단칸방엔 어린 우리 둘이서

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 앉아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 있고

윗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엄마, 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우린 심심해도 할 게 없었네

낮엔 테레비도 안 하고 우린 켤 줄도 몰라

밤에 보는 테레비도 남의 나라 세상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안 나와

우리 집도, 우리 동네도 안 나와

조그만 창문의 햇볕도 스러지고

우린 종일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

잠이 들다 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또 성냥불 장난을 했었어

 

배가 고프기도 전에 밥은 다 먹어치우고

오줌이 안 마려운데도 요강으로

우린 그런 것밖엔 또 할 게 없었네

동생은 아직 말을 잘 못하니까

후미진 계단엔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고,

도둑이라도 강도라도 말야

옆방에는 누가 사는지도 몰라,

어쩌면 거긴 낭떠러지인지도 몰라

 

성냥불은 그만 내 옷에 옮겨붙고

내 눈썹, 내 머리카락도 태우고

여기저기 옮겨붙고 훨, 훨 타올라

우리 놀란 가슴 두 눈에도 훨,

 

(낭송)

엄마, 아빠! 우리가 그렇게 놀랐을 때

엄마, 아빠가 우리와 함께 거기 있었다면

 

(노래)

방문은 꼭꼭 잠겨서 안 열리고

하얀 연기는 방 안에 꽉 차고

우린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렸어

엄마, 아빠엄마, 아빠

 

(낭송)

"우린 그렇게 죽었어

그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 있었다면

아니, 엄마만이라도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방 안의 연기와 불길 속에서

부둥켜안고 떨기 전에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전에

손톱에서 피가 나게 방바닥을 긁어대기 전에,

그러다가 동생이 먼저 숨이 막혀 엎어지기 전에,

그때, 엄마, 아빠가 거기에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야, 우리가 어느 날 도망치듯 빠져나온

시골의 고향 마을에서도

우리 네 식구 단란하게 살아갈 수만 있었다면

아니, 여기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축복을 내리는 그런 나라였다면

아니, 여기가 엄마, 아빠도 주인인

그런 세상이었다면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 마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냐

여기 불에 그을린 옷자락의 작은 몸뚱이.

몸뚱이를 두고 떠나지만

엄마, 아빠! 우린 이제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로 가는 거야

그런데 그 천사들은 이렇게 슬픈 세상에는

다시 내려올 수가 없어

언젠가 우리 다시 하늘나라에서 만나겠지

엄마, 아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운 가장 예쁜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

엄마, 아빠엄마, 아빠

이제, 안녕안녕"

 

 

 

캐테 콜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