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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한 알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르다” : 이한열 열사(1966-1987)

들꽃 호아저씨 2021. 9. 26. 04:41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내일(6.10) 시청에 나가야 하는데...” 

 

- 이한열 열사(1966-1987) 생애 마지막 말

 

▲ 이한열 열사(1966-1987) : 1987년 6월9일 연세대 앞에서 열린 반독재 시위에 참여했다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다. 최루탄을 맞은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최루탄 파편에 의한 뇌 손상으로 같은 해 7월5일 숨졌다.

 

 

한 알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르다

 

모진 세상사는 건 누구의 죄요.

아니요

이건 죄도 보상도 아니요.

모진 세상사는 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바로 당신이 살고 있는 거요.

미치도록 이 세상을 살고 싶소.

조각조각 내 몸과 내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다 해도

그 누군가 나의 조각을 딛고,

이 세상을, 이 더러운 진흙땅을

살아간다면,

그저 내 이름 나만이 간직하는 걸로 만족하겠소.

하나, 울화가 치밀어 눈 감을 수 없다면,

그 누군가 편히 눈감고 낮잠을 청할 수 있다면,

, 그가 더 빨리 썩을 수 있다는 걸로 만족하겠소.

나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를 수 없어도 좋소.

어차피 그건 관념의 광야이므로.

이 세상 내 눈이 받아들인 나의 한계이므로.

그러나,

내 오직 나의 한 욕심은

부디 썩을 수 있는, 방부제로 물들여지지 않은

어머니의 투박한 청국장처럼

그렇게 순진한 내 몸과 내 마음을

갖는 것 뿐이오.

그게 전부이외다.

 

1986.12.6. 이한열

 

▲ 1987년 6월9일 서울 연세대학교 앞에서 이한열 열사가 피격되기 직전의 모습으로 왼쪽 흰 현수막 뒤에 영문자로 ‘연세’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있다(왼쪽) / 피격 직후 이종창(연세대 86학번)씨가 쓰러진 이한열 열사를 부축하고 있는 모습(가운데) / 피격 직후 무릎을 꿇고 쓰러져 있는 이한열 열사(오른쪽) / ⓒ 네이선 벤 제공

 

▲ 이한열 열사(1966-1987) : 1987년 초 대학 1학년 때의 모습

 

 

그대 왜 가는가

 

그대 왜 가는가

어딜 가는가

그대 등 뒤에 내리깔린 쇠사슬을

마저 손에 들고 어딜 가는가

이끌려 먼저 간 그대 뒤를 따라

사천만 형제가 함께 가야 하는가

아니다.

억압의 사슬은 두 손으로 뿌리치고

짐승의 철퇴는 두발로 차 버리자

그대 끌려간 그 자리 위에

민중의 웃음을 드리우자

 

그대 왜 갔는가

어딜 갔는가

그대 손목 위에 드리워진 은빛 사슬을

마저 팔찌끼고 어딜 갔는가.

 

- 이한열 열사(1966-1987) 유고시

 

 

▲ 이한열 열사(1966-19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