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다만, 한자어라고 하더라도 ‘庫間, 貰房, 數字, 車間, 退間, 回數’의 여섯 낱말은 예외로 사이시옷을 받쳐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라고 적는다

들꽃 호아저씨 2021. 11. 28. 08:21

 

 

프로스펙스에서는 요즘 전문 워킹화를 내놓고 주요 신문에 연일 전면 광고를 싣고 있다. 이 누리사랑방의 ‘걸어 볼까’ 코너를 봐도 알겠지만 기자도 걷기를 좋아한다. 자연스레 이 광고가 실린 첫날부터 눈길을 주게 됐다. 첫날 이 광고를 본 순간 ‘옳거니, 좋은 사례가 실렸구나’ 했다.

그런데 5월 1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에서와는 달리 이튿날인 15일자 다른 신문들에 실린 광고에서는 문제의 낱말을 고쳤다. 14일자에선 ‘워킹에 적합한 뒷꿈치의 30도 접지각’이라고 표현했는데 15일자에선 ‘워킹에 적합한 뒤꿈치의 30도 접지각’이라고 고쳤다.

‘뒷꿈치’는 프로스펙스가 고친 것처럼 ‘뒤꿈치’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건 사이시옷과 관련한 것이다. 사이시옷은 언제 받쳐 적느냐는 것은 쉽게 알기 어렵다. 사이시옷은 소리와 관련한 것이어서 각 낱말의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영원히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발음에 관한 한 자신이 없어 사이시옷을 받쳐 적을지 말지를 수시로 사전에서 확인하는 형편이다.

우선 사이시옷을 언제 받쳐 적는지를 알아본다.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ㄴ, ㅁ’, 또는 모음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는 때 사이시옷을 받치게 된다. 당연하고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때의 앞말은 모음으로 끝나야 한다.

‘바다+가’는 [바다까/바닫까]로 소리 난다. 뒷말이 된소리로 나는 예이다. 이럴 땐 사이시옷을 받쳐 ‘바닷가’라고 적어야 한다. 고랫재, 귓밥, 나룻배, 나뭇가지, 냇가, 대가지, 뒷갈망, 맷돌, 머릿기름, 모깃불, 못자리, 바닷가, 뱃길, 볏가리, 부싯돌, 선짓국, 쇳조각, 아랫집, 우렁잇속, 잇자국, 잿더미, 조갯살, 찻집, 쳇바퀴, 킷값, 핏대, 햇볕, 혓바늘(이상 고유어+고유어), 귓병, 머릿방, 뱃병, 봇둑, 사잣밥, 샛강, 아랫방, 자릿세, 전셋집, 찻잔, 찻종, 촛국, 콧병, 탯줄, 텃세, 핏기, 햇수, 횟가루, 횟배(이상 고유어+한자어/한자어+고유어)같은 것들이 이런 예에 속한다.

‘메+나물’은 ‘ㄴ’ 소리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고, ‘아래+마을’은 ‘ㅁ’ 소리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예이다. [멘나물], [아랜마을]로 소리 난다는 얘기다. 이때도 사이시옷을 받쳐 각각 ‘멧나물, 아랫마을’로 적는다. 멧나물, 아랫니, 텃마당, 아랫마을, 뒷머리, 잇몸, 깻묵, 냇물, 빗물(이상 고유어+고유어), 곗날, 제삿날, 훗날, 툇마루, 양칫물(이상 고유어+한자어/한자어+고유어)이 같은 유의 예이다.

‘나무+잎’은 [나문닙]으로 모음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난다. 이때도 사이시옷을 받친다. 그런 예로는 도리깻열, 뒷윷, 두렛일, 뒷일, 뒷입맛, 베갯잇, 욧잇, 깻잎, 나뭇잎, 댓잎(이상 고유어+고유어), 가욋일, 사삿일, 예삿일, 훗일(이상 고유어+한자어/한자어+고유어)같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위에 보인 세 가지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한자어, 즉 한자로만 이루어진 낱말에는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내과(內科), 외과(外科)처럼 [내꽈/낻꽈], [외꽈/왿꽈]로 소리 나더라도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다. 다만, 한자어라고 하더라도 ‘庫間, 貰房, 數字, 車間, 退間, 回數’의 여섯 낱말은 예외로 사이시옷을 받쳐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라고 적는다.

또 외래어와 고유어가 합쳐진 낱말도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다. ‘핑크+빛’은 [핑크삗]으로 소리 나지만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고 ‘핑크빛’으로 적는다.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나 거센소리일 때도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다. 문제가 된 ‘뒤꿈치’도 뒷말 ‘꿈치’가 된소리인 ‘ㄲ’으로 시작하므로 사이시옷을 받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이 ‘뒤’와 다른 말이 합쳐질 때 많은 사람이 뒷말이 된소리나 거센소리이더라도 습관적으로 사이시옷을 넣곤 하는데 주의해야 할 일이다. ‘뒷꿈치’뿐만 아니라 ‘뒷뜰, 뒷쪽, 뒷차, 뒷처리, 뒷축, 뒷칸, 뒷탈, 뒷편’ 같은 말이 그에 해당하는데 모두 사이시옷을 빼고 적어야만 한다.

아무튼 프로스펙스는 첫날 광고에서 ‘뒤꿈치’를 ‘뒷꿈치’로 적는 실수를 했으나 하루 만에 잘못을 깨닫고 바로 고쳐 실었다. 맞춤법에 어긋나는 말을 몇 날, 며칠이고 계속 실어 대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된다. 물론 처음부터 제대로 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말이다. 프로스펙스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노력을 해 주길 부탁한다. 다른 기업들도 본받았으면 한다.

기왕 고쳐 싣는 김에 ‘극대화 됩니다’는 ‘극대화됩니다’로 붙여 썼으면 싶다. ‘이동시켜 추진력이 생기는’, ‘배가 시켜’는 쓸데없이 ‘시키다’라는 말을 쓰지 말고 ‘이동해 추진력을 얻는’, ‘배가해’라고 하는 게 더 좋을 듯하다. ‘땀을 빠르게 흡수 증발시켜주며’도 ‘땀이 빠르게 증발되도록 해 주며’ 정도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7만원이상’도 7만 원 이상’으로 띄어 쓰는 것이 맞다.

출처 우리말배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