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눈곱’과 ‘배꼽’의 사연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데 현대인의 눈은 쉴 틈이 없다. 이상이 생기면 눈에서 나오는 액이 달라진다.
“노란 눈꼽이 끼었어요” “눈꼽이 많아졌어요”와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배꼽 때문일까? ‘눈꼽’으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른 표기법은 ‘눈곱’이다.
발음은 [눈꼽]이지만 ‘눈곱’으로 써야 한다. ‘배꼽’은 [배꼽]으로 읽고 소리대로 적는다. 둘 다 뒷말이 [꼽]으로 소리 나는데 왜 표기법은 다른 걸까?
된소리 규정을 이해하면 된다. 맞춤법은 ‘(한 형태소로 이뤄진)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소리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탯줄이 떨어지면서 배의 한가운데 생긴 자리를 뜻하는 ‘배꼽’은 둘로 쪼갤 수 없는 한 단어다. ‘배+곱’으로 볼 근거가 없다. ‘곱’은 진득진득한 액이나 그것이 말라붙은 물질을 가리킨다. 배에 낀 곱이 아니란 얘기다. [배꼽]으로 발음하고 소리대로 표기하는 이유다.
‘눈곱’은 다르다. 눈에 낀 곱을 말한다. ‘눈+곱’으로 이뤄진 합성어다. 합성어란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므로 그 원형을 살려 적어야 한다. 뒷말이 된소리로 나더라도 된소리로 표기하지 않는다. [눈꼽]으로 발음돼도 ‘눈곱’으로 써야 하는 이유다.
‘등살’과 ‘등쌀’도 마찬가지다. 등에 있는 근육을 이를 때는 [등쌀]로 소리 나더라도 원형을 밝혀 ‘등살(등+살)’로 적는다. 몹시 귀찮게 구는 짓인 ‘등쌀’은 ‘등+살’로 볼 근거가 없는 말이다. 발음되는 대로 [등쌀]로 읽고 적으면 된다. “눈살을 찌푸리다”의 ‘눈살’도 ‘눈’과 ‘살’이 결합한 합성어다. [눈쌀]로 소리 나더라도 ‘눈살’로 표기한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눈-살1[눈쌀]
두 눈썹 사이에 잡히는 주름.
눈살을 펴다.
눈살을 모으다.
좁고 주름살 많은 이마 밑으로 찌푸려진 눈살과 튀어나온 광대뼈를 빤히 건너다보았다.≪한승원, 땅가시와 보리알≫
관용구 : 눈살(을) 찌푸리다
마음에 못마땅한 뜻을 나타내어 양미간을 찡그리다.
· 그의 무례한 행동은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경수는 아직 나이 삼십이 채 못 되었건만, 늘 마음에 근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듯눈살을 찌푸리니, 미간에가 바로 뚜렷하게 내 천(川) 자가 드러난다.≪박태원, 윤 초시의 상경≫
관용구 : 눈살(을) 펼 새 없다
근심, 걱정이 가시지 않다.
· 취업을 하지 못한 그는 이런저런 궁리로 눈살 펼 새 없다.
관용구 : 눈살이 꼿꼿하다
격분하거나 새침해서 눈을 똑바로 뜨다. ≒눈썹이 꼿꼿하다.
· 태수가 웬 기생을 데리고 다니니 필경 부랑자이기 쉽겠다 하여, 눈살이 꼿꼿하고 이마를 찡그린다.≪채만식, 탁류≫
눈-살2
「1」눈에 독기를 띠며 쏘아보는 시선. =눈총.
눈살이 따갑다.
시어미는 뛰어나오는 며느리에게 날카로운 눈살을 던지었다. 국과 밥을 모두 못 먹게 만든 것은 그만두더라도 몇 개 아니 남은 그릇을 깨뜨린 것이….≪현진건, 불≫
「2」애정 있게 쳐다보는 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