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웬만한 건 다 ‘웬’, 왠은 ‘왠지’로만

들꽃 호아저씨 2021. 12. 3. 08:01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웬만한 건 다 ‘웬’, 왠은 ‘왠지’로만

“이 시간에 여기까지 왠일이야?” “오늘따라 웬지 네가 보고 싶더라.”

위 대화에서 ‘왠’과 ‘웬’이 잘못 쓰였습니다. 서로 바꿔야 합니다. 둘을 구분해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웬’은 ‘어찌 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웬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처럼 말할 수 있지요. 또 ‘어떠한, 즉 정체를 알 수 없는’의 의미로도 쓰입니다. ‘어젯밤에 웬 남자가 너를 찾아왔더구나’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웬’ ‘웬걸’ ‘웬일’ 등에서의 ‘웬’은 모두 ‘예상했던 것과 달리’ 또는 ‘의외의 일로’의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웬’은 ‘무슨 까닭으로, 또는 어째서’의 뜻을 가진 ‘왜’와는 전혀 관련 없는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이게 웬 떡이야’라는 말에서 ‘웬’의 쓰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왠’은 어떻게 쓰이는 것일까요. ‘왠’ 혼자서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왠지’로만 쓰입니다. ‘왜인지’가 줄어서 된 말인데 ‘어쩐지’, ‘왜 그런지 모르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빈집에 들어오니 왠지 으스스하다’, ‘그의 말 한마디에 왠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왔다’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웬지’는 쓸 수 없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웬「관형사」

「1」 어찌 된.

웬 영문인지 모르다.

웬 까닭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

웬 걱정이 그리 많아?

이게 웬 날벼락이람.

이제 곧 봄인데, 웬 눈이 이렇게 내리니?

「2」 어떠한.

골목에서 웬 사내와 마주치다.

웬 놈이야, 떠드는 놈이?

개가 짖는 바람에 그는 웬 낯선 사람이 오는가 해서 나왔다.≪이기영, 고향≫

※ ‘웬 사람이 널 찾아왔어.’나 ‘웬일로 그러지?’의 ‘웬’을 ‘왠’으로 적는 것은 잘못이다. ‘왜’와 관련이 없는 말이므로 ‘웬’으로 적는다.

관용구/속담

관용구 웬 떡이냐

뜻밖의 행운이나 횡재를 만났을 때 이르는 말.

· 멸치 장수는 처음에는 좀 덩둘했다가 돈을 보더니 웬 떡이냐는 표정이었다.≪송기숙, 녹두 장군≫

속담 웬 불똥이 튀어 박혔나

어떤 좋지 못한 일을 당하였기에, 얼굴에 불똥이 튀어 박힌 때처럼 그토록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느냐는 뜻으로 이르는 말.

왠지「부사」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 이야기를 듣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내는 왠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매일 만나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왠지 멋있어 보인다.

술은 알맞게 취했으나 왠지 기분은 유쾌하지 않았다.

경민은 그녀가 울기 시작하자 왠지 그녀의 말이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홍성원, 육이오≫

담임 선생님을 까닭 없이 흉보며 골목길을 내려오던 철은 왠지 가슴이 섬뜩해 걸음을 멈추었다.≪이문열,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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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는 ‘왜인지’에서 줄어든 말이므로 ‘왠지’로 써야 한다. ‘웬지’를 쓰는 것은 잘못이다.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