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100년 만에 되살아난 호칭어 '~ 님'

들꽃 호아저씨 2022. 4. 22. 05:45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100년 만에 되살아난 호칭어 '~ '

 

지난 18일 옛 전남도청 건물 앞.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이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5·18을 상징하는 이 노래는 한때 제목의 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원래 제목이 님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으로 수렴돼 가는 모양새다. 현행 표준어법상의 표기를 따른 것이다.

 

현행 어법상 은 단독으로 못 써

 

우리말에서 의 용법은 의외로 까다롭다. 우선 현행 표준어에서 의 쓰임새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람의 성이나 이름 뒤에 쓰여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이는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쓴다. 요즘 은행 등 접객업소에서 손님에게 “OOO 하고 부르는 게 그것이다. 일부 대기업에서 수평적 사내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 호칭도 같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접미사로서의 이다. 이때는 높임의 뜻을 더하는 기능을 한다. ‘선생님, 사장님할 때의 을 말한다. 또는 대상을 인격화해서 높이기도 한다. ‘해님, 달님, 별님하는 게 그것이다. 특히 이때 해님햇님으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해님은 파생어(단어와 접사의 결합)이기 때문에 사이시옷 규정(합성어에서 발생)과 관련이 없다. ‘이 의존명사이든 접미사이든 분명한 것은 현행 어법에서 을 단독으로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언제나 앞말에 의존하거나 접사로 붙어서 존재한다.

 

단독으로 쓰이는 말은 따로 있다. ‘사모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이 그것이다. 형태는 과 비슷하지만 다른 말이다. 품사로는 명사다. “임을 그리는 마음이 사무친다처럼 쓴다. 원래 노래 제목 님을 위한 행진곡임을로 바뀐 배경이기도 하다. 속담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이루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님도 보고 뽕도 딴다라고 하면 틀린 말이다. 이 역시 임도라고 해야 맞다. ‘내 님, 그 님할 때가 곤혹스럽다. 발음상으로는 분명히 그리하는데, 쓸 때는 내 임, 그 임이라고 해야 한다. ‘의 쓰임새를 좀 더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 문법 안에서는 아직 아니다.

 

최현배 님 용법규범으로 수용할 만

 

1957년 완간된 <조선말 큰사전>(한글학회 간)에서도 을 접미사, ‘을 명사로 구별했다. 간혹 을 같은 말로 착각해, 그 차이를 두음법칙에 의한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은 고유어로, 두음법칙이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호칭어로 을 사용한 선구자는 한글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이다. 그는 1920년대 중반 일본 교토대로 유학 갔을 때, 당시 함께 공부하던 벗들을 “~으로 불렀다. “김 형(), 이 공(), 최 씨()” 등 한자어를 사용하기 싫어 김 님, 이 님, 최 님식으로 했다(김석득 <외솔 최현배 학문과 사상>). 100년 전 외솔의 실험이 오늘날 되살아난 현실은 언어의 변천과 관련해 주목할 만하다.

 

외솔은 의 기능에 현행 문법과 달리 자립명사로 쓰이는 또 한 가지를 언급했다. 이미 지적한 사람을 다시 가리킬 때 성명을 빼고 이란 말만으로 그를 가리킬 수 있다고 했다. 이 역시 수십 년 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빛을 봤다. 채팅할 때 상대방을 !’ 하고 부르거나 님은처럼 지칭하는 게 그것이다. 다만 현행 문법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틀린 표현이란 점을 알아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http://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