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월세방, 사글셋방

들꽃 호아저씨 2022. 4. 21. 06:32

 

 

[바른말 광] 월세방, 사글셋방

 

 

사이시옷은, 참 어렵다. 글로 밥을 먹고사는 기자들도 교열기자에게 띄어쓰기 다음으로 가장 많이 묻는 게 사이시옷이다. 말에 관한 전문가인 교열기자들 역시 가끔은 헷갈려서 사전을 찾아봐야 할 정도니 더 말해 뭣하랴. 게다가 사전이 미처 따라잡을 새가 없을 정도로 새말이 생겨나니, 사이시옷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뚝한 규정 하나가 정말 고맙다. 한자어일 때는 두 음절로 된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렇게 6개에만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다는 한글 맞춤법 규정 말이다. 이 여섯 가지 예외만 기억하면 한자말에 들어가는 사이시옷은 대개 해결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 덕에 헷갈릴 만한 말 여럿을 조용히 주저앉힐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자.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에 방 갯수를 조절하거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 눈에 띄는 말이 바로 '갯수'다. 두 음절로 된 한자말이지만 예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이시옷 없이 '개수(個數)'로 써야 한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과학수사에는 헛점이 없었지만, 장물에 촛점을 맞추는 바람에 범인 검거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 나온 '헛점, 촛점' 역시 '허점(虛點), 초점(焦點)'의 잘못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맥린 카운티 검시소에 따르면 6세의 아동에서부터 50세 이상의 여성의 것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걸친 이 두개골들은 전 집주인인 칫과 의사 피츠 헨리가 수집해온 미국 인디언의 두개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치과(齒科)'를 '칫과'로 잘못 쓰는 사례는 오히려 찾기가 힘들 정도. 냇과 역시 내과(內科)로 써야 한다는 설명이 굳이 필요 없을 터다.

'소수점(小數點), 마구간(馬廐間)'은 세 음절로 된 한자말이니 아예 사이시옷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 '기차간(汽車間)'이나 '월세방(月貰房), 전세방(傳貰房)'에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 다만 '사글셋방(--貰房)'은 한자어가 두 음절이기 때문에 '셋방'과 마찬가지로 사이시옷을 넣는다.

예외가 없으면 좋겠지만, 6개만 있는 것도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다.

이진원 기자http://jinwon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