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맛있대? 맛있데!
<"남편이 직장 그만두고 사업을 한데요">
이 신문 제목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면, 우리말 실력이 상당한 편이다. 물론 잘못을 정확히 잡아낸다면 더 좋을 터. 틀린 말은 '한데요'다. 듣는 사람을 존대하는 조사 '요'를 빼면, 결국 '-데'라는 어미가 문제인 것. 사전을 보자.
* -데:('이다'의 어간,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하게할 자리에 쓰여, 과거 어느 때에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현재의 말하는 장면에 그대로 옮겨 와서 말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보기)그이가 말을 아주 잘하데./그 친구는 아들만 둘이데./고향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데.
이렇게 풀어 놓으니 좀 복잡해 보이지만, '직접' 경험했으면 '-데'로 쓴다는 요령만 알면 아주 간단하다. 한데, '사업을 한데요'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다. 남편의 말을 전했을 뿐인 것. 이때는, '한대요'라고 써야 한다. '-대'는 '-다고 해'가 줄어든 말. '사람이 아주 똑똑하대'처럼 쓰면 된다. 의문을 나타낼 때도 쓴다.
요령 하나 더. '-대'는 '-다고 해'나 '-더냐'로, '-데'는 '-더라'로 바꾸면 구별이 더 쉽다.
철수:"신부가 예쁘대."(→신부가 예쁘다고 해/신부가 예쁘더냐)
영희:"신부가 예쁘데."(→신부가 예쁘더라)
이렇게 놓고 보면 철수는 신부를 보지 못했고, 영희는 봤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장부호를 이용한다면 "예쁘대?"(철수), "예쁘데!"(영희)로 쓸 수 있을 터.
알고 보면 이렇게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문에서마저 틀린 제목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판이다. <"의사인지, 발명가인지 헷갈린데요">에서 '헷갈린데요'는 '헷갈린대요'라야 했다. <춤출 여자를 못 찾은 내게/유쾌한 쿠바 친구가 그러대/"실망 마, 밤은 매일 있잖아">에서 '그러대'는 '그러데'라야 했다. 우리말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나온 잘못들이다.
이진원 기자http://jinw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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