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봄밤의 회상 / 이외수(1946-2022. 04. 25.)

들꽃 호아저씨 2022. 4. 27. 10:33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이외수(1946-2022.04.25) / ⓒ 신영훈 작

 

 

봄밤의 회상 / 이외수

밤 새도록 산문시 같은 빗소리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새벽녘에

문득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생애 언제 한번

꿀벌들 날개짓소리 어지러운 햇빛 아래서

함박웃음 가득 베어물고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 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풍경들은 언제나 흐림

젊은날 만개한 벚꽃같이 눈부시던 사랑도 끝내는

종식되고 말았네

모든 기다림 끝에 푸르른 산들이 허물어지고

온 세상을 절망으로 범람하는 황사바람

그래도 나는 언제나 펄럭거리고 있었네

이제는 이마 위로 탄식처럼 깊어지는 주름살

한 사발 막걸리에도 휘청거리는 내리막

어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네

별로 기대할 추억조차 없는 나날 속에서

올해도 속절없이 봄은 떠나가는데

무슨 이유로 아직도 나는

밤새도록 혼자 펄럭거리고 있는지를

 

 

 

이외수(1946~2022.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