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 이자벨 파우스트 - 미용사가 자른 것 / 이병률

들꽃 호아저씨 2022. 5. 5. 17:24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61

1. Allegro ma non troppo

2. Larghetto

3. Rondo - Allegro

 

베를린필Berliner Philharmoniker

이자벨 파우스트Isabelle Faust 바이올린

베르나르트 하이딩크Bernard Haitink

The concert was held in the Festspielhaus Baden Baden in 2015 as part of the city’s Easter Festival.

https://www.youtube.com/watch?v=_YFimrtCnUw

 

이자벨 파우스트Isabelle Faust  바이올린

 

 

미용사가 자른 것 / 이병률

 

어느 미용사가요

할머니 머리를 자른 다음 머리를 감겨 드리려는데요

구부정한 허리가 영 뒤로 눕혀지질 않아

잠시 중단하고 커튼 뒤로 가서 엄청 울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미용사가요

한 소년의 머리를 자르는데

통 못 들어서 말을 시키지 말아야지 했다가

오른쪽 귀에 아주 가까이 대고 말을 하니

그나마 알아듣더래요

그래서 왼쪽 머리를 자르다가도 할 말이 있을 땐

돌아서 오른쪽으로 가야 했다는 이야기예요

 

그 미용사에게 머리를 자르는 중년의 사내도 있는데요

늘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오는데

머리를 감길 때 작은 수건으로 사내의 눈을 가리면 개가 그렇게 울어요

얼굴을 가리고

혼자 우는 사내의 모습을 본 이후로 개가 그렇대요

 

사내는 개를 기르고 난 후로 단 한 번도 먼 여행을 못 갔어요

개가 죽자 사내는 텐트도 사고 코펠도 사뒀는데

지금껏 아무데도 못 간다는 이야기예요

 

미용사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절정에 관여하면서 사는 줄 알았으나

의외로 애인들이나 만들고 있었대요

 

미용사는 미용실 문을 안으로 잠가 걸어놓을 거래요

그게 누가 됐건 한 사람 머리카락에 손을 대고 나면

그 사람에게 취하고 말았던 이유를

곰곰 생각하게 될 거란 이야기입니다

한번도 제대로 그래본 적 없는

거울 안으로 성큼 들어가

벼랑 너머 바다를 내려다볼 거란 이야기입니다

-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이병률, 문학동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