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드보르자크 현악사중주 12번 ‘아메리카’, 현악육중주 : 예루살렘 사중주단, 미구엘 다 실바, 게리 호프만 - 컨베이어 : 최지인

들꽃 호아저씨 2022. 5. 6. 09:49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in Dvorak(1841-1904)

현악사중주 12 아메리카’Quatuor à cordes n°12 "Américain" Op.96

I. Allegro ma non troppo

II. Lento

III. Molto vivace

IV. Finale: vivace ma non troppo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in Dvorak(1841-1904)

현악육중주Sextuor à cordes en La majeur Op. 48

I. Allegro moderato

II. Dumka. Poco allegretto - Adagio, quasi tempo di marcia

III. Furiant. Presto

IV. Finale. Tema con variazioni. Allegretto grazioso, quasi andantino

 

예루살렘 사중주단Jerusalem Quartet

알렉산더 파블로프스키Alexander Pavlovsky바이올린

세르게이 브레슬러Sergei Bresler바이올린

오리 캄Ori Kam비올라

키릴 즐로트니코프Kyril Zlotnikov첼로

미구엘 다 실바Miguel Da Silva 비올라

게리 호프만Gary Hoffman 첼로

Concert enregistré à la Philharmonie de Paris (Salle des concerts - Cité de la musique) le 20 janvier 2022

https://live.philharmoniedeparis.fr/concert/1135426/quatuor-jerusalem-miguel-da-silva-gary-hoffman-dvorak.html

 

Philharmonie de Paris Live - Quatuor Jérusalem, Miguel da Silva, Gary Hoffman : Dvorák

Concert enregistré à la Philharmonie de Paris (Salle des concerts - Cité de la musique) le 20 janvier 2022

live.philharmoniedeparis.fr

 

예루살렘 사중주단Jerusalem Quartet

 

컨베이어 / 최지인

 

 

자유로에서 파주출판도시로 빠져나갈 때

우리가 벌써 삼십 대가 되었고

변하지 않은 것은 과거뿐이라는 걸 알았다

 

친구를 태우고

식당에서 만둣국을 먹는 동안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어느새

바닥이 보였다

 

필로티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그게 무엇이었든

영원하길 바라던 때는

지났다

 

대기 발령 중인 친구는

잠이 오지 않는다며 물류센터에 나가 일했다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물건들을 분류했다

 

나는 곧 잘릴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라질 것이다

더 이상 슬픔은 없다

 

그동안 무얼 했는데?

 

사실 저는 일 말고 다른 것을 좋아했습니다.

 

무대에 선 친구가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유명해지거나

가난해지거나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네

너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겠지

하루 열여섯 시간

여섯 명의 몫을 하기에 우리는

벌써 늙어버렸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끝끝내

살아간다는 것을

들것에 실려 나가기 전에

 

알고 있었던 것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건 정규직이라는 사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보상이 적다는 사실 한 번 일자리를 잃은 이는 계속해서 자리를 잃게 될 거라는 사실

 

아스팔트에 쓰러진 운전자와 찌그러진 범퍼 앞에서 전화하는 운전자와 옆으로 누운 오토바이를 피해 서행하는 운전자

 

혼자 남은 나에게

혼자 남은 너에게

 

산 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나는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최지인, 창비,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