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슈베르트 즉흥곡 넷Op. 90 D. 899 : 그리고리 소콜로프 - 산31번지 : 허연

들꽃 호아저씨 2022. 5. 20. 23:51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

즉흥곡 1번Impromptu 1 in C minor Op. 90, D. 899

즉흥곡 2번Impromptus Nr. 2 in E flat major Op. 90, D 899

즉흥곡 3번impromptus, No. 3 in G flat major (Andante) Op. 90, D. 899

즉흥곡 4번Impromptus No.4 In A Flat Major (Allegretto) Op.90, D.899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Recorded at the Berliner Philharmonie (Berlin, Germany) on June 5, 2013

https://www.youtube.com/watch?v=OE3EEnbv0DE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산31번지 / 허연

   숨이 턱에 차오르게 파란 대문집 앞에 서면 채송화 핀 담벼락에 가끔 덜 여문 연사 같은 게 적혀 있곤 했습니다 부끄럽게 부끄럽게 늦게 핀 능소화 한 송이가 맨발로 소나기를 맞고 서 있는 오후 비가 그치면 성치 않은 비둘기들 모여 있는 슈퍼 앞 흙탕물에는 비틀린 무지개가 선물처럼 떠 있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공사장 크레인이 얼마 남지 않은 골목의 날들을 알려주지만 올해도 아이들은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였습니다 무명의 날들은 그렇게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가 기억도 없이 가버렸습니다

   불콰한 실직자들 낙과처럼 떠도는 산 31번지 그래도 가끔은 공놀이하는 아이들 얼굴에 천사들이 왔다 가곤 했습니다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허연, 문학과지성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