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1번 :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 가리비 : 박은영

들꽃 호아저씨 2022. 5. 27. 17:55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피아노협주곡 33. Klavierkonzert c-Moll op. 37

I. Allegro con brio

II. Largo

III. Rondo. Allegro - Presto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협주곡 1Piano Concerto No. 1 in C major, Op. 15

I. Allegro con brio

II. Largo

III. Rondo: Allegro scherzando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 피아노

사이먼 래틀Simon Rattle

https://www.youtube.com/watch?v=RxnAxx5aUws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Krystian Zimerman  피아노

 

가리비 / 박은영

오늘은 흐리고 비,

슬픔을 가리기 위해 일기를 쓴다

일기가 숙제였던 시절, 나는 받아쓰기보다 가리는 법을 배웠다

즐거운 일을 지어내는 칸을 메우고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웃는 얼굴을 그렸다

가리지 않고 사는 원시부족은

문자가 없고

벌거벗은 몸에 진흙을 발라 그림을 그린다

사냥한 새끼 원숭이를 구워 먹고

그 뼈로 귀를 뚫어

한 날의 감정을 춤으로 내려쓰는 것이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가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서정적인가

가정방문 날, 내가 쓴 일기는 거짓말인 게 탄로났지만 그 후로도 나는 칸칸이 없는 이야기를 지어냈다

오늘은 가리고 비,

일기를 쓴다

검사가 아닌 위로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피는 얇아서>(박은영, 시인의일요일.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