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아르페지오네 소나타Sonata in a-minor for arpeggione and piano
도미니크 바그너Dominik Wagner 더블 베이스(double bass) and 아우렐리아 비소반Aurelia Visovan 피아노(piano) play Franz Schubert's sonata in a-minor for arpeggione and piano, 더블 베이스 편곡arranged for double bass and piano.
Recording session: April 2019 at the Mozartsaal of the Wiener Konzerthaus
https://www.youtube.com/watch?v=0gbh3cwlqw8






어란, 리미 / 김태정
그애에게선 늘 비린내가 났다
어란에서 왔다는 배꽃 리에 아름다울 미
그러나 볼을 꽈릿빛으로 물들이며 웃는 모습은
차라리 동백꽃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했다
리미? 니미? 에라 니기미
더러 짓궂은 마을 처사들의 농에도
그저 배꽃처럼 수줍은 이를 감추며 웃던
간질을 앓는다는 그애. 배꽃 필 무렵이면
아프다던 스물아홉 나이가 문득 슬펐다
공양간 툇마루에 붙은 그애의 방은
차마 엿들을 수 없는 전설처럼
늘 고적하게도 닫혀 있었지만
햇살 다냥한 아침 박새란 놈
심심한 부리로 콕콕 방문을 두드려
살그머니 벌어지는 문지방 너머
파래처럼 젖은 머리카락 냄새
풀물 들어 눅눅한 잿빛 승복 냄새
스물아홉 처녀의 살 비린내가 뜨물처럼 설레어왔고
읽다 만 법화경 어느 구절엔
빛바랜 꽃잎인 듯
눈물자국이 비늘무늬를 새겨넣기도 했던 것이다
윤사월 달빛이
툇마루에 비파나무 그림자를 드리울 때
청어알처럼 잠든 방에서 그애
강오름물고기를 꿈꾸었을까
파동치는 꿈결 따라 어란, 그 고단한 푸른 물소리 밀려오면
뱃전에 튀어오르는 물고기떼처럼 그애
팔지느러미를 파닥이며 태앗적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는데
상처난 아가미로 비린 거품을
스물아홉 생의 바다를 토해내는 것이었는데,
리미는 저 비린내에서 왔을까
바다를 버린 물고기처럼
뭍으로 뭍으로만
달빛이 그니러워 그애,
온몸 파닥이며 비늘을 떨구던 밤
어미 몸을 벗어나는 치어 한마리
그 눈부시도록 아픈 난생의 비밀을
나는 그예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김태정, 창비, 2004초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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