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이야기]유월, 시월
일 년은 열두 달이며 다음과 같이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있습니다. 일월, 이월, 삼월, 사월, 오월, 유월, 칠월, 팔월, 구월, 시월, 십일월, 십이월. 각 달의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발음이 특이한 것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월’과 ‘시월’의 발음이 그렇습니다. 왜 ‘육월’, ‘십월’이라고 하지 않고 ‘유월’, ‘시월’이라고 발음할까요? 이러한 현상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면서 다음을 살펴봅시다. 각 달의 명칭은 한자어로 되어 있으며 한자음대로 발음하게 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십일, 십이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一月, 二月, 三月, 四月, 五月, 六月, 七月, 八月, 九月, 十月, 十日月, 十二月
일월, 이월, 삼월, 사월, 오월, 육월, 칠월, 팔월, 구월, 십월, 십일월, 십이월
사람들은 낱말을 발음 할 때, 뜻을 전달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편하게 소리 내려고 합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낱말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일 년 열두 달을 가리키는 낱말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낱말입니다. 그러하기에 발음하기 어려운 낱말은 자연스럽게 쉽게 소리 낼 수 있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육월’이 ‘유월’로, ‘십월’이 ‘시월’로 간단하고 편리한 발음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각각 ‘ㄱ’, ‘ㅂ’ 받침을 생략하고 발음하게 된 것입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유월과 시월의 발음이 그렇다면 ‘일월, 삼월, 칠월, 팔월, 십일월, 십이월’에서도 받침을 생략하여 쉽게 소리 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글쓴이의 생각을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1) 일월, 삼월의 경우 받침을 생략하면 각각 이월, 사월이 되기 때문에 받침을 생략할 수 없습니다.
2) 칠월, 팔월의 경우에는 둘 다 ‘ㄹ’받침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ㄹ’소리는 생략하지 않고 발음하여도 자연스럽게 소리 나기 때문에 굳이 생략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육월, 십월’의 경우는 다릅니다. 받침을 생략하지 않고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받침을 생략하고 ‘유월, 시월’이라고 발음하여도 다른 달과 혼동되는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
3) ‘십월’이 ‘시월’ 되었다면 ‘십일월, 십이월’도 ‘시일월, 시이월’과 같이 발음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발음하지 않을까요? 이 경우는 일월과 십일월, 이월과 십이월의 구분이 명확하게 되도록 하는 것이 발음을 편하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원칙대로 발음하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시일월, 시이월’과 같이 발음하는 것이 더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4) ‘유월, 시월’의 발음에서 받침이 생략된 원인을 순서의 문제로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오월-유월’, ‘구월-시월’과 같이 앞 낱말의 첫 글자에 받침이 없는 상태로 발음되었던 것이 다음 낱말의 발음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도 여겨집니다. 그렇게 발음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각 달의 이름을 쉬지 않고 빨리 발음해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은 한 단어에만 영향을 주고 셋째 번에까지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즉. ‘오월-유월-치월’, ‘구월-시월-시일월’과 같이 연속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생각에서 보면 ‘칠월’과 ‘십일월’은 원낱말의 발음대로 정확하게 소리낼 수 없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근거로 보자면 둘 다 같은 숫자 ‘10’이지만 ‘시월’과 ‘십일월’로 발음하는 것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신권식 춘천교대부설초교사 2007/11/20 강원일보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왜 ‘십월’이 아니고 ‘시월’일까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얼추 왔지요? 10월의 마지막 밤.
10월을 왜 십월이 아니라 시월이라고 할까요. 또 기쁨(喜 희) 노여움(怒 노) 슬픔(哀 애) 즐거움(樂 락)은 ‘희노애락’인데 왜 ‘희로애락’이라고 하며, 한나산(漢拏山)을 ‘한라산’이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북한은 ‘한나산’을 씀). 6월은 또 왜 유월이고.
이를 활음조(滑音調)라고 하는데 자음 겹침이나 혼동을 주는 음의 결합을 피하고 발음을 매끄럽게 하도록 소리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유포니(euphony)라고 하는데 영어에도 있지요(an apple처럼 a 대신 an). 滑音은 음을 부드럽게 한다는 뜻인데, 마찰을 줄여 잘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潤滑油)에도 滑이 들어 있네요.
모과(木瓜) 허락(許諾) 곤란(困難) 할아버지·할머니 폐렴(肺炎) 등도 같은 예입니다. 木은 목, 諾은 낙(승낙), 難은 난(피난), 할아버지·할머니는 한아버지·한머니(‘한’은 크다는 뜻으로 한시름, 한걱정 등에 남아 있음), 炎은 염(화염)인데 모, 락, 란, 할, 렴으로 발음하도록 한 것입니다.
돌돌 만 담배라는 뜻인 궐련(卷煙)도 원음은 ‘권연’입니다.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운수를 비유하는 말이 있지요. ‘오뉴월 개팔자’. 유월이 ‘오’ 때문에 뉴월로 또 활음되었습니다.
국민일보(www.kmib.co.kr) 서완식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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