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들이켜다, 들이키다
물 따위를 마구 마신다는 뜻의 '들이켜다'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실제 문장(활용형)에서 들이켜니, 들이켠 뒤, 들이켜고 등의 형태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 '들이켜다'를 '들이키다'와 혼동해서 들이키니, 들이킨 뒤, 들이키고 등으로 잘못 쓴 것을 가끔 봅니다.
'들이키다'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안쪽으로 가까이 옮긴다, 들이켜다의 잘못, 들이켜다의 북한어라고 나와 있습니다. 활용형은 들이키니, 들이킨 뒤, 들이키고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나 '~어서'의 형태로 쓰일 경우엔 '들이켜'와 '들이켜서'가 되어 '들이켜다'와 같은 모양이 됩니다. 하지만 본래의 형태는 '들이키다'가 맞습니다.
예문을 들어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들이켜다'는
ㄱ. '콧등치기 국수'는 맛이 좋아 쭉 들이켜다 보면 면발이 콧등을 때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ㄴ. 갈증이 난다고 물을 너무 급하게 들이켜면 물에도 체한다.
ㄷ. 산을 내려오다 목이 말라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를 들이켜니 온몸이 시원하다.
'들이키다'는
ㄱ.거치적거리니 발을 좀 안으로 들이켜라!
ㄴ.갑자기 비가 쏟아져 혼자 그 많은 짐을 들이키느라 고생했다.
ㄷ.의자를 안쪽으로 들이키고 청소를 했다.
2006/02/21 머니투데이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들이키다/들이켜다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마시는 일을 일러 흔히 '들이키다'라고 한다. 그래서 '임꺽정은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킨 다음 서림을 돌아봤다'처럼 쓴다.
하지만 이 표현은 틀렸다.
'들이키다'라는 말이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뜻이기 때문. 즉, '비가 들이치니 댓돌에 놓인 신발을 마루 밑으로 들이키는 게 좋겠다'처럼 쓰는 말이다.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또는 한 번에 마시는 일은 '들이켜다'라고 한다. 그래서 '임꺽정은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켠 다음…'이라고 써야 옳다.
물론 어색하게 생각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심정이 이해도 된다. 실제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마저도 '냉수' 항목에서 '냉수를 들이키다'라고 예문을 들고 있으며, '찬술' 항목에서도 ' …찬술을 들이킨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또 '화끈' 항목에서도 '…안주 삼아 들이킨 나머지라 속이 화끈거렸고…'라는 보기글이 나오는가 하면 '훅' 항목에도 '국물을 훅 들이키다'라고 돼 있고, '훌쩍' 항목 역시 '술을 훌쩍 들이키고…'라고 돼 있다.
이들은 각각 '들이켜다, 들이켠, 들이켜고'로 써야 한다.
이렇게 '많이' 틀린 사전을 내놓고는 부랴부랴 '정오표'(사실은 정오'표'라기보다는 정오'책'에 가깝다)를 펴내 바로 고쳐 달라는 게 '국립' 하고도 '국어원'이 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다루는 국가기관에서 하는 일이 마뜩지 않다고 해서 맞는 우리말 표기까지 신경 쓰지 않을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 옳은 말을 써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에 가깝기 때문이다.
2005/06/07 부산일보
2012년도 벌써 두 달이나 훌쩍 흘러갔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친구, 동창, 직장 동료들과 함께 송년회니 신년회니 온갖 모임이 많았을 것이다. 이런 모임에 음식과 술이 빠질 수 없다. 그러면 모임 비용은 어떻게 낼까? 각출할까, 갹출할까?
'각출(各出)'은 '각각 나옴, 각각 내놓음'이라는 뜻으로 '더치페이' 의미가 강하다. '재벌 기업마다 수재의연금을 각출하기로 약속했다'로 쓸 수 있다. '갹출(醵出)'은 '같은 목적을 위해 여러 사람이 돈을 나누어 냄'을 뜻한다. 갹출은 풀이에서처럼 '같은 목적'을 위해 걷는 것이므로 수재의연금이라면 수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어휘 형태도 비슷하고 뜻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허겁지겁'은 '조급한 마음으로 몹시 허둥거리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다. '허겁지겁 달려오다' 꼴로 쓴다. 이와 형태가 비슷한 '헝겁지겁'은 '너무나 좋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거리는 모양'을 이를 때 쓴다. '그는 부인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에 헝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갔다'처럼 쓸 수 있다. 형태가 비슷하지만 하나는 '조급한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나 좋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형태는 비슷하지만 뜻이 전혀 다른 말을 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한 명이 소주 84병을 마셨다는 보도가 있었다. 평균 4.3일에 한 병을 '들이켰다'는 것이다. 역시 한국인은 소주 사랑이 대단하다. '들이켜다'는 '몹시, 마구, 갑자기'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 '들이'와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들이마시다'를 뜻하는 '켜다'가 합쳐진 말이다. '들이켜다'와 형태가 비슷해 종종 잘못 쓰는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뜻이다.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발을 들이켜라(키+어라)' 따위로 쓰인다. 그러므로 '밤중에 자다가 일어나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가 아니라 '…벌컥벌컥 들이켜고…'라고 쓰는 게 맞다.
매일경제 교열부 김종현http://kjhyun@mk.co.kr
들이-키다1 「동사」
【…을 …으로】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발을 들이켜라.
「반대말」 내키다
들이-켜다 「동사」
【…을】
「1」 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단숨에 마구 마시다.
⸱그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잘도 못하는 술을 벌컥벌컥 몇 잔 거푸 들이켜고 나서 나는 볼품없이 남들보다 앞질러 취해 버렸다.≪윤흥길, 제식 훈련 변천 약사≫
⸱질척한 부엌 바닥이 마땅치 않아 애꿎은 냉수만 한 쪽박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부엌을 나왔다.≪박완서, 미망≫
「2」 공기나 숨 따위를 몹시 세차게 들이마시다.
⸱가끔 도시가 답답하면 시골로 가 가슴을 열고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켜기도 한다.
⸱잠시 동안 숨을 들이켜고 나서 홍이는 문간에 깔아 놓은 노적 섬을 밟고 들어선다.≪박경리, 토지≫
내키다1 「동사」
【…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
⸱마음이 내키다.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서는 안 된다.
⸱동생은 내키지 않아 하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형을 따라갔다.
⸱이 일에서는 빠지고 싶습니다. 영 내키지 않습니다.
⸱최가 경제리의 어느 기생집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 틀림없고 보면 최의 아내로서 그 꼴을 보러 찾아갈 생각이 내킬 리 없었다.≪선우휘, 사도행전≫
내키다2 「동사」
불길이 방고래로 들지 않고 아궁이 쪽으로 나오다.
⸱군불을 지펴도 자꾸 내키는 바람에 방이 뜨뜻해지지를 않는다.
내-키다3 「동사」
【…을】
공간을 넓히려고 바깥쪽으로 물리어 내다.
⸱돌담을 내켜 쌓아 마당을 넓혔다.
⸱집을 헐어 내어 밖으로 내켜 짓고….≪최남선, 심춘순례≫
「반대말」 들이키다
콧등치기-국수
강원도 정선 등지의 향토 음식으로, 메밀가루로 만든 칼국수. 한 번 빨아들이면 콧등을 칠 정도로 면발이 쫄깃하고 탄력이 좋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발음 [코뜽치기국쑤/콛뜽치기국쑤]
명사
(1)
강원도 정선 등지의 향토 음식으로, 메밀가루로 만든 칼국수. 한 번 빨아들이면 콧등을 칠 정도로 면발이 쫄깃하고 탄력이 좋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도 평창 등지의 메밀 막국수, 정선의 콧등치기국수 등 메밀을 이용한 국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일본만큼 다양하게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한국경제 2002년 8월
특히 메밀국수는 ‘콧등치기국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너무 맛있어 후루룩 끌어당기다 보면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한국일보 2002년 9월
이효석 문학관, 이효석 생가, 무이 예술관을 찾은 뒤 봉평 전통 시장에서 메밀전병, 메밀국수, 콧등치기국수, 메밀찐빵 등을 맛볼 수 있다. (→무이 예술관)
출처 우리말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