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1번 :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사이먼 래틀 - 오늘 : 심재휘

들꽃 호아저씨 2022. 6. 19. 08:10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피아노협주곡 33. Klavierkonzert c-Moll op. 37

I. Allegro con brio

II. Largo

III. Rondo. Allegro - Presto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협주곡 1Piano Concerto No. 1 in C major, Op. 15

I. Allegro con brio

II. Largo

III. Rondo: Allegro scherzando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 피아노

사이먼 래틀Simon Rattle

https://www.youtube.com/watch?v=nzVzMh3Umvk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  피아노

 

 

 

오늘 / 심재휘 



한 그루의 느티나무를,
용서하듯 쳐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얼마나 행복한 것이냐

저녁이 되자 비는 그치고
그 젖은 나무에도 불이 들어온다
내가 마른 의자를 찾아 앉으면
허튼 바람에도 펼쳐진 책이 펄럭이고
몇 개의 문장들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러면
길 위에 떨어진 활자들 서둘러 주울 때
느닷없이 다가와 말을 거는
수많은 어둠들

저 느티나무 밑을 지나는 오래된 귀가도
결국 어느 가지 끝에서 버스를 기다릴 테지
정류장에서 맞이하는 미래처럼
서로 닮은 가지들의 깜박거리는 불빛 속마다
조금씩 다른 내가, 조금씩 다른 표정으로
앉아 있을 테지, 벗겨도 벗겨도 끝내
속내를 보여 주지 않는 오늘들

그런 것이다
생의 비밀을 훔쳐본 듯
내게로 온 투명한 하루가, 서서히
그러나 불치병처럼 벗겨지는 풍경을
홀로 지켜보는 일에 대하여, 단지
우리는 조금 쓸쓸해지면 그만이다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심재휘,  문학세계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