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152 - `벌이다`와 `벌리다`
`벌이다`와 `벌리다`는 단어의 형태가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의미가 서로 다른 별개의 낱말이므로 확실히 구분해 써야 한다.
㉮ "이미 벌려 놓은 굿판이니까 열심히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 "21세기 역사의 선두 주자들은 정보기술혁명에 힘입어 새로운 힘으로 등장한 지식력을 활용, 문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리고 있다."
㉰ "삼국지에서 영웅호걸들이 스케일 크게 벌이는 인간 드라마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 "그는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의 `벌려`는 `벌여`로, ㉯의 `벌리고`는 `벌이고`로 바로잡아야 한다. ㉰와 ㉱의 `벌이는`과 `벌린`은 바른 표현이다.
`벌이다`는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좌판을 벌이다)/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벌리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두 손을 벌리다)/열어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밤송이를 벌리다)/우므러진 것을 펴서 열다(자루를 벌리다)`의 뜻이 있다. 이 `벌리다`의 반대말은 `오므리다` `닫다` `다물다`이다. 둘째, (돈을) `벌다`의 피동형인 `벌리다`(새로 시작한 일은 돈이 잘 벌린다)가 있다.
대체로 일이나 잔치. 사업. 조사. 좌판. 싸움. 논쟁 등에는 `벌이다`를, 간격. 차이. 손. 양팔. 입. 틈새 등에는 `벌리다`를 쓰면 된다.
2003/10/13 중앙일보
벌이다 「동사」
1 【…을】
「1」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
‧잔치를 벌이다.
‧사업을 벌이다.
‧여섯 달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지금은 여기 고향에서 청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었다.≪송기숙, 암태도≫
「2」 놀이판이나 노름판 따위를 차려 놓다.
‧장기판을 벌이다.
‧투전판을 벌이다.
2 【…에 …을】
「1」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
‧책상 위에 책을 어지럽게 벌여 두고 공부를 한다.
‧문을 연 곳은 좌판을 벌인 생선 장수들과 쌀가게와 식료품상뿐이었다.≪김용성, 도둑 일기≫
「2」 가게를 차리다.
‧읍내에 음식점을 벌이다.
‧철은 주된 장터인 읍사무소 앞 공터로 가서 전에 윤호 어머니가 전을 벌이고 있던 곳을 찾아보았다.≪이문열, 변경≫
3 【(…과) …을】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
‧친구와 논쟁을 벌이다.
‧이틀 동안 적을 외곽으로 유인해 내기 위한 전투를 벌이는 동시에 여수 쪽의 상황 변화에 대처하고 있었다.≪조정래, 태백산맥≫
‧부딪치기만 하면 입씨름을 벌이는 이들은 벌써 이력이 나서 수작의 수가 여간 높지 않다.≪박경리, 토지≫
관용구 벌여 놓은 굿판
이미 시작한 일이라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처지의 일을 이르는 말.
· 이미 벌여 놓은 굿판이니까 열심히 하는 수밖에 딴 도리가 없지.
벌리다1 「동사」
【…을】
「1」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
‧줄 간격을 벌리다.
‧가랑이를 벌리다.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두 팔을 벌려 제지하는 몸짓을 지었다.
‧다른 때같이 다락문을 열지 못하고 빠끔하게 틈을 벌리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홍명희, 임꺽정≫
「2」 껍질 따위를 열어 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
‧생선의 배를 갈라 벌리다.
‧밤송이를 벌리고 알밤을 꺼냈다.
「3」 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
‧자루를 벌리다.
‧양팔을 옆으로 벌리다.
‧아이는 두 손을 벌려 과자를 조심스레 받았다.
관용구 벌리나 오므리나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 벌리나 오므리나 일만 잘 마치면 된다.
관용구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다
「1」 몹시 감탄하거나 어이없어하다.
· 하는 짓거리를 보니 정말 기가 막혀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2」 한번 시작한 이야기를 그치지 못하다.
· 그는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벌-리다2 「동사」
일을 하여 돈 따위가 얻어지거나 모이다. ‘벌다’의 피동사.
‧돈이 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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