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다'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조금도 틀림이 없다'를 뜻하고, '할 일 없다'는 말 그대로 마땅하게 해야 할 일이 없음'을 뜻합니다.
'하릴없다'는 '할 일 없다'라는 말에서 파생되었지만, 그 의미가 바뀌어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조금도 틀림이 없다'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문자 그대로 할 일이 없다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한다면 '할 일이 없다'로 표현하면 됩니다. 일이 많은 경우에는 '할 일 많다'로 표현하면 됩니다. 단, '할일없다'로 붙여 쓰는 것은 '하릴없다'의 잘못된 표기로 볼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홍수가 나서 집안에까지 물이 들었지만 하릴없이 바라만 보았다.
"하릴없이 있지만 말고, 어떻게 좀 해봐"
세계 최대의 요트대회인 아메리카컵에서 베테랑 요트선수들이 경기도중 할 일 없이(->하릴없이) 바다 가운데 떠있는 이유도 바람 때문이다.
먼저 <하릴없이>는 <하릴없다>라는 형용사에서 파생된 말로, 그 뜻이 [어떻 게 할 도리가 없다], [조금도 틀림이 없다]입니다. 그런데 문장 속에서 곧잘 [할 일이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로 잘못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하릴없이>의 어원은 <할 일 없이>이지만, 그 뜻을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이지요. 따라서 어원을 밝히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하릴없이>라고 적습니다.
[우리말바루기] `할 일 없이`/`하릴없이`
"휴일도 아닌데 공원에 '할일없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을까?" "친구를 만나러 그의 집에 갔지만 없었다. '할일없이'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앞의 두 예문에 쓰인 '할일없이'는 잘못 쓴 것이다. 첫째 문장의 '할일없이'는 띄어쓰기가 잘못됐고, 둘째 문장에서는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그 의미도 문맥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은 '할 일 없이'와 '하릴없이'로 바루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대화할 때 '할 일 없다'와 '하릴없다'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 인터넷이나 글에서도 이 두 형태를 혼동해 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은 그 의미가 확실히 다르다. 우선 '할 일 없다'는 세 단어로 이뤄진 구(句)의 형태이고, '하릴없다'는 한 단어다. 또한 '할 일 없다'는 '한가하다'는 뜻이고, '하릴없다'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의미다. '하릴없이'는 '하릴없다'의 부사형이다. "알거지가 되어 여덟 식구가 하릴없이 쪽박을 찰 수밖에 없었다.(어쩔 수 없이)/ 보름간의 야외 훈련을 마치고 나니 대원들은 하릴없는 거지꼴이었다. (틀림없는)처럼 쓸 수 있다.
2006/09/20 중앙일보
[바른말 광] 받아쓰기만 하다간 죽는다
어떻게 보면 언어능력은 비슷한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알쏭달쏭하고 아리송한 것들을 구별하면 능력자요, 그러지 못하면 무능력자가 되고 마는 것. 하지만 이 '능력-무능력'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어서, 공부만 하면 우리 사회의 언어능력 총합은 커진다. 이거, 해 볼 만한 일 아닌가?
'…영화 '친구2'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하릴없이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조폭들이 등장하는 이 오락물을 중간에 보게 된 것인데 귀가 솔깃한 대화가 있었다.'
어느 기사 가운데 한 구절인데, 문제가 있다. '하릴없이'가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 하릴없이: ①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이. ②조금도 틀림이 없이.
더 간단히 줄이자면 ①은 '어쩔 수 없이' ②는 '영락없이'가 된다. 이러니 둘 다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라는 표현 앞에 올 내용은 아닌 것. 여기서 '하릴없이'는 '할 일 없이'라야 했다. 기사 하나 더 보자.
'19년 무분규 임단협을 진행한 현대중공업의 저력(?)은 이 무렵 본격 드러났다. 조합원의 노조활동에 대한 감시와 탄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23일 회사 관리자 여럿이 하릴없이 투표장 곳곳에 서 있는 모습이 노조 카메라에 잡혔다.'
여기에 나온 '하릴없이'도 '할 일 없이'의 잘못으로 읽히지만, 묘한 뒷맛이 있다. 회사에서 시키니까 '할 수 없이' 나온 것이라면, 정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어쩌랴.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을….)
한데, '할 일 없이'를 '할일없이'로 붙여 쓰면 안 된다. 표준사전은 이렇게 붙여 쓴 말은 ''하릴없이'의 북한어'라고 밝혀 놓았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11만 6천t)는 모두 2천700여 명의 승객을 싣고 부산항에 들어왔다.'
이 문장이 잘못인 이유도 표준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싣다: ①물체를 운반하기 위하여 차, 배, 수레, 비행기, 짐승의 등 따위에 올리다.(차에 짐을 실어 나르다/빨리 물건을 배에 실어 보내라.…) ②사람이 어떤 곳을 가기 위하여 차, 배, 비행기 따위의 탈것에 오르다.…
풀이인즉슨, '물체·물건'에만 '싣다'를 써야 한다는 것. 물론 풀이 ②에는 '사람'이 나오지만, 스스로 탈것에 오르는 상황에서만 쓸 수 있다. 그래서 '승객을 싣고'는 '승객을 태우고'라야 하는 것. 물론 사람을 짐짝처럼 생각한다면 싣는다고 하겠지만….
아, 사람도 실을 수 있는 경우가 하나 있기는 하다. 숨이 끊어져 시신이 됐을 때가 바로 그런 상황. 이때는 되레 '태운다'고 쓰면 어색해지는 게 재미있다. 아마, 영혼이 없는 사람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이기도 할 터. 이를테면 회의에서 입을 봉한 채 받아쓰기만 하는 그런 사람들은….http://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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