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쇠가 되었다가 징이 되었다가, 암깽 수깽 얽고 섥고

들꽃 호아저씨 2022. 8. 29. 05:25

 

 

얽다2 동사

 

1」 【…노끈이나 줄 따위로 이리저리 걸다.

 

그가 사는 곳은 판자를 얽어서 만든 초라한 집이었다.

그는 싸릿가지를 새끼줄로 얽었다.

칡으로 서까래를 얽고 나흘 뒤에는 억새로 지붕을 덮었다.오영수, 메아리

 

2」 【…으로이리저리 관련이 되게 하다.

 

그는 죄 없는 사람을 얽어 옥에 가두었다.

강간죄로 얽어 넣어 또 징역을 살리는 걸세.현진건, 적도

 

 

-히다 동사

 

()】【 … ((‘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1 노끈이나 줄 따위가 이리저리 걸리다. ‘얽다의 피동사.

 

이 줄이 다른 줄과 마구 얽혀서 풀어지지가 않는다.

여러 가지 색의 실이 얽혀 있어서 파란색 실을 찾을 수가 없다.

연줄이 뒤뜰 감나무 가지에 얽혀 있었다.

늙은이들은 노송의 휘굽은 가지에 얽힌 달을 바라다보며 거문고를 뜯었고 술잔을 기울였다.이어령,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2 이리저리 관련이 되다. ‘얽다의 피동사.

 

이 책에는 필자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주장과 얽혀 있어서 필자의 주장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생각이 얽혀서 밤새 고민하였다.

현대 사회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회이다.

그는 부정 사건에 얽혀서 많은 고생을 했다.

그는 간첩 사건에 얽히게 되었다.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 톺아보기] 얽히고설키다

 

일이나 관계, 감정 따위가 복잡하게 꼬여 있을 때 얽히고설키다란 말을 쓴다. 그런데 그 표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얼키고설키다 얽히고섥히다로 적지 않고 얽히고설키다로 쓰는 걸까? 같은  소리가 반복되는데 앞의 것은 , 뒤의 것은 로 적는다.

 

얽히고설키다’, 이 말의 표기엔 우리말 맞춤법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알면 다른 웬만한 것들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은 구름, 하늘처럼 우리말의 발음에 따라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다. 어법에 맞게 적는 것은 구르미, 하느리로 소리 나는 말들을 구름이, 하늘이로 구분해서 적는 것이다. 이것은 구름 하늘 가 결합해서 그 말들이 문장의 주어 역할을 한다는 것을 쉽게 나타내 준다. 만약 소리대로만 적는다면 구름과, 구르미, 구르믈처럼 같은 뜻을 나타내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 적힐 것이다. 그러면 구름과, 구름이, 구름을로 적을 때처럼 뜻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읽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같은 뜻을 지닌 말은 항상 같은 형태로 적는 것이 어법에 맞도록 하는 원칙이다.

 

얽히고설키다에서 얽히다 얽다에서 온 말이다. ‘이리저리 관련이 되게 하다를 뜻하는 얽다 가 붙어서 된 말이므로 어법에 맞게 쓰는 원칙에 따라 얽히다로 쓴다. ‘설키다 섥다가 우리말에 따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섥히다로 적을 이유가 없다. 따라야 할 어법이 없으므로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설키다로 적는다. 그래서 얽히고설키다란 표기가 생겨난 것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