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기 쉬운 우리말(24) 비끼다와 비키다
우리말 중에는 발음이나 글자 모양이 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운 단어가 많은데 '비끼다'와 '비키다'도 그런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비끼다'의 사전적 의미 •비스듬히 놓이거나 늘어지다. - 밤하늘에 남북으로 비낀 은하수 - 이윽고 검은 그림자가 푸른 달빛에 비끼었다. •비스듬히 비치다. - 햇살이 느슨하게 비끼기 시작했다. - 놀이 짙게 비낀 유리창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잠깐 드러나다. - 눈가에 차가운 웃음이 잠시 비꼈다. - 얼굴에 홍조가 비끼다. •비스듬히 놓거나 차거나 하다. - 고개를 비낀 채 앉아 있다. '비키다'의 사전적 의미 •무엇을 피하여 있던 곳에서 한쪽으로 자리를 조금 옮기다. - 자동차 소리에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켰다. •방해가 되는 것을 한쪽으로 조금 옮겨놓다. - 통로에 놓였던 쌀독을 옆으로 비켜 놓았다. •무엇을 피하여 방향을 조금 바꾸다. - 나는 사람들을 비켜 가며 빨리 걸었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있던 자리를 피하여 다른 곳으로 옮기다. -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게 길을 비켜 주었다. - 다음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 주었다. (참고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비껴가다'와 '비켜 가다' '비끼다'와 '비키다'는 '~가다'의 형태로 쓰일 때 가장 많이 헷갈립니다. •다행히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껴갔다./비켜 갔다. •영희는 앞에 나무가 있어서 비껴갔다./비켜 갔다. 위 두 문장과 같은 경우가 그런 예가 되겠죠. 어떤 표현이 맞는 표현일까요? •다행히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껴갔다. •영희는 앞에 나무가 있어서 비켜 갔다. 첫 문장에서는 '비껴갔다'가, 두 번째 문장에서는 '비켜 갔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두 표현이 쉽게 구분이 되지 않을 때는 행위자의 의지로 스스로 움직이는지를 따져보면 도움이 됩니다. 태풍이나 던져진 공이 장애물을 인지하고 스스로 피해서 지나가지는 않죠. 태풍과 공은 비껴갑니다. 또, '비껴가다'는 붙여 쓰고, '비켜 가다'는 띄어 쓴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우리말 바루기] 2020.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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