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 발렌티나 리시차의 함머클라비어와 그리고리 소콜로프의 함머클라비어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들꽃 호아저씨 2023. 3. 11. 19:15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이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에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1965. 11. 4>

-<김수영 전집>(김수영, 민음사, 2018)

 

 

 

Happy Birthday to you, Ludwig!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Große Sonate für das Hammerklavier Op. 106

I. Allegro

II. Scherzo: Assai vivace

III. Adagio sostenuto

IV. Introduzione: Largo... Allegro  Fuga: Allegro risoluto

 

발렌티나 리시차Valentina Lisitsa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vAwLiXTkmo0&t=35s

발렌티나 리시차Valentina Lisitsa 피아노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Piano Sonata No. 29 in B-flat major, Op. 106 "Hammerklavier"

I. Allegro
II. Scherzo : Assai vivace
III. Adagio sostenuto
IV. Introduzione : Largo...Allegro - Fuga : Allegro risoluto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Recorded at the Berliner Philharmonie (Berlin, Germany) on June 5, 2013

https://www.bilibili.com/video/BV1JK4y1V7Sf/?spm_id_from=333.337.search-card.all.click

 

Grigory Sokolov plays Beethoven Piano Sonata No 29 in B flat major Hammerklavier_哔哩哔哩_bilibili

2023传奇_10倍加速_爆率高_装备靠打

www.bilibil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