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노란 개나리를 봐도 슬프지 않도록
- 은수 어머니 2주기에 부쳐
은수 생일을 맞아 '은수와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함께 읽기'를 했습니다.
은수 이야기를 모르는 이들에게 은수를, 학교폭력으로 힘든 또 다른 은수들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기억할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크게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잘 할 수 있는, 제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책 읽기가 생각났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책 읽기.
3월 31일, 어제 함께 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저를 포함 14명이 참여했고, 모두 마음으로 정성껏 읽고 사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용하지만 기억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읽기를 했던 분들의 소감 중 몇 분의 말을 전합니다.
금** : 이 책을 왜 선정하고 같이 읽고자 하셨는지 알것 같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생겼을때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는데 그 근본을 따라가야 함을 이 책을 보며 또 다시 알아갑니다.
좋은 책 선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유로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난 얼마나 자유로운 사람일까... 하지만 쉽게 대답하기가.
그래서 이렇게 책을 읽고 생각하고 나눠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간이 아이들에게도 주워졌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알아간다는 건 어렵고 함께 이야기하며 나와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이러려면 일차적으로 흔히 말하는 어른들이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아...어렵네요.ㅜ ㅜ
어렵지만 재미있고 반성하게 만든 이 책...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기회 주셔서 감사해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진심이 담긴 "남의 아이에게 잘하자"라는 제 삶의 목표(?)를 더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질문하고 듣겠습니다.
덕* : (···) 이 책을 왜 추천해 주셨는지 연결되는 따뜻함도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소* : (···) 처음엔 개념 이해하기 바빴는데 뒤로 갈수록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이유로 추천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끝까지 읽고 은수의 이야기 연결 지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책 권해주시고 이끌어주셔서 감사해요.
글** : 잊지 말자. 잊지 말아야지. 은수를 기억합니다!
은수를 몰랐던 이들이 은수를, 은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겠다는 말들을 해주셨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어제는 연노란 개나리를 보면서 참 슬펐습니다.
당신이 떠났던 2년 전 그 시간이 생각나서였겠지요.
참척의 고통을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엄마의 마음이 소환되어서이겠지요.
책 읽기를 마무리하면서 은수가 좋아했다던 비발디 사계를 카톡에 올려드렸습니다.
사계를 듣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참 슬픈 음악이었습니다.
참척의 고통을 당한 당신의 마음을 어찌 안다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은수에게 말했듯이 슬프게만 기억하지 않도록 작은 발자국이라도 움직여 보겠습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나이지리아 속담처럼
은수와 또 다른 은수, 은수 엄마와 또 다른 은수들의 부모님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관심이 필요하지요.
기억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할 때 유효합니다.
은수와 은수 어머니 당신이 죽음으로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헤아려봅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사람이 변하지 않겠지만,
미풍이 아름다운 것은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을 품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해요.
이제라도 당신이 조금 덜 슬펐으면 합니다.
은수 어머니, 당신이 그곳에서라도 평온하길 위무합니다!
2023.04.01 은수와 은수 엄마, 신선희 님을 기억하며 하루마음이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32번Klaviersonate Nr. 32 in c-Moll Op. 111
I. Maestoso-Allegro con brio ed appassionato
II. Arietta-Adagio molto, semplice e cantabile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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