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바흐 무반주첼로 모음곡 1번, 2번, 3번 : 알렉산드르 크냐제프 - 0416

들꽃 호아저씨 2023. 4. 16. 12:00

 

People’s Artist of Russia

Alexander KNYAZEV

plays Bach

 

Recorded by Moscow Conservatory Television on 16th December 2022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무반주첼로 모음곡 1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무반주첼로 모음곡 2Suite No. 2 in D minor, BWV 1008

무반주첼로 모음곡 3Suite No. 3 in C major, BWV 1009

 

알렉산드르 크냐제프Alexander Knyazev 첼로

https://www.youtube.com/watch?v=M49IqJWgqbE

 

 

“사랑한다 아들아 제발 무사히 살아만 있어다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0416 

 

 

 

딸의 편지 / 강은교

세월호 참사에 붙임

 

 

엄마, 여긴 추워요

엄마, 여긴 진흙이 너무 많아요

진흙이 내 팔을 휘감고 있어요

진흙이 내 입술을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어요

 

, 나를 진흙이 먹고 있어요

숨을 쉴 수가 없네요

 

진흙이 내 머리칼을 딱딱하게 해요

참 탐스럽기도 하지

엄마의 웃음소리 검은 물 위로 떠가요

 

버려진 심장들 가득한 바다의 저 방

물의 검은 터널 속, 터널의 검은 입 속

허우적이는, 미처 눈 못감은 피톨들

 

어른들은 나를 두고 가버렸어요

이제 나는 떠나가요

나는 지금 어둠 속에 눈 꼭 감고 있어요

파도에 결박되어

 

어른들은 기다리래요

어른들은 춤추면서, 우리들의 바다를 밟아대면서

기다리래요, 기다리고 기다리래요

 

평화란 이런 것인가 봐요, 아무도 없는 것,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진흙들만 살아서 나를 먹어버리는 것, 진흙의 거품이 되는 것

 

그래요, 엄마, 난 어제밤엔 배추가 되는 꿈을 꿨어요

배추가 되어 엄마의 손길에 쓰다듬기는 꿈을

방방곡곡 맛있게 적시는 꿈을

엄마의 향기 피어오르는 평화의 소금간이 되는 꿈을

그래요, 엄마, 나는 노오란 꽃잎 배추가 되어 엄마의 뜰에 누울거얘요

노오란 꽃잎 배추가 되어 엄마의 부드러운 주름에 누울거얘요

소금간이 되어 엄마의 혀 끝에 앉을 거얘요

 

노오란 종이배들이 떠와요

파도 가득 노오란 리본들이 달려요

나는 그 조이배를 타려하지만

나는 그 노오란 리본들을 잡으려 하지만

선생님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호야, 저 노오란 리본, 잊지마, 잊지마, 저 노오란 너희들의 날개를

선생님은 지금도 뱃머리에서 소리치고 계시지만

 

, 이 진흙을 치워 주세요

, 이 검은 파도를 치워주세요

저 노오란 종이배를 타고 싶어요

엄마의 뜰 송이송이 노오란 리본의 나무 아래 서고 싶어요

 노오란 리본의 정원 거닐고 싶어요

 

엄마, 빛의 젖꼭지를 주세요

엄마, 평화의 눈을 주세요

엄마, 천국의 뺨을 주세요

 

엄마, 나를 꼭 껴안아 주세요

저 배의 날개 일어설 때까지

 

안녕

안녕

 

 

-세월호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사, 2014)

 

 

0416 : 9주기 ⓒKBS 경인

 

 

 

 

"고운아.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데 점점 더 꿈에서조차도 볼 수가 없구나. 오늘 밤엔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희미하게 말고 빨리 사라지지 말고 바라만 보지 말고 엄마 좀 안아줘. 뼈가 으스러져도 좋아. 인제 그만 딸 만나러 얼른 꿈나라로 가야겠다. 엄마랑 같이 꿈나라 여행가자. 예쁜 옷도 많이 사고 사진도 많이 찍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수다도 엄청 많이 떨어보자. 고운아 22살 딸과 엄마랑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거다. 고운아 사랑했고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해.”

 

-단원고 2학년 1반 한고운 학생 어머니

 

 

 

▲ 0416 : 유가족들의 손글씨 편지 ⓒ한겨레

 

 

 

"네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면 늘 그곳을 간단다. 비록 차가운 납골함일지라도 그렇게라도 엄마는 너를 느끼고 싶구나. 엄마의 곁을 이렇게 빨리 떠날 줄 알았다면 두 번 다시 너를 안을 수 없을 줄 알았다면 더 많이 행복하게 해주었을 텐데. 이제는 후회만이 남는구나. 그리운 너를 가슴에 묻고 너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너의 사진을 보면서 엄마는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간단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원석아. 너를 만날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린단다"

 

-단원고 2학년 6반 정원석 학생 어머니

 

 

 

 

▲ 0416 : 유가족들의 손글씨 편지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