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젓가락’과 ‘숟가락’의 차이

들꽃 호아저씨 2023. 10. 6. 11:37

 

 

[우리말 클리닉] ‘젓가락숟가락의 차이

 

지금은 초등학교로 바뀐 필자의 국민학교 시절, 그때의 대표적인 쪽지시험은 받아쓰기였다. 낱말에 대한 이해, 즉 표준 발음과 표기를 동시에 평가하는 시험이었고 받아쓰기를 하면서 국어에 대한 기초를 쌓아갈 무렵이었다.

 

젓가락과 숟가락, 동짓달과 섣달.”

 

무조건 외워 답을 적었지만 어슷비슷한 낱말인데 받침을 으로 달리 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젓가락이나 숟가락 모두 식사 도구이고 음력 11월을 동짓달, 12월을 섣달이라 함은 누구나 아는 것인데. 까탈스럽게 구분하지 말고 모두 으로 쓰면 얼마나 편리할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결론부터 밝히면 젓가락과 동짓달의 은 사이시옷이고, 숟가락과 섣달의 으로 바뀐 것이니 구분지어 표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이시옷이란 우리말에서 두개의 형태소, 또는 단어가 어울려 합성명사를 이룰 때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고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 ‘앞에서 소리가 덧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날 때 등에 앞말에 받치어 적는 시옷을 가리킨다.

 

젓가락의 +가락저까락으로 발음되므로 애초에 없었던 을 붙인 것이다. 동짓달의 동지+동지딸로 발음되면서 을 덧붙인 것은 같은 이유다. 사이시옷에 대해서는 따로 상세히 다룰 기회를 갖도록 하자.

 

숟가락과 섣달의 에 대해서는 보충설명이 필요하다. 한글맞춤법 제29항에 끝소리가 인 말과 딴말이 어울릴 적에 소리가 소리로 나는 것은 으로 적는다고 나와 있다. 숟가락이나 섣달 따위의 표기는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숟가락은 술가락이 바뀐 것인데 은 어떤 말인가 알아보자. 술은 밥 따위의 음식물을 숟가락으로 떠 그 분량을 세는 단위다. ‘밥한술 줍쇼, 길동이는 상일꾼이니 점심때 두어술 더 얹어주어라처럼 활용된다. 숟가락의 강원도 방언이 술가락이다. 밥술이란 말도 있다. 몇술 정도의 적은 밥이나 밥숟가락을 가리키는 말이다. ‘밥술(밥숟가락)을 놓다, 밥술깨나 먹는다, 밥술 걱정은 없이 산다처럼 쓰이고 있다.

 

섣달은 섣딸로 발음되는데 으로 먼저 바뀌고 그것이 다시 에 영향을 미치어 로 소리나는 것이다.

 

숟가락과 섣달 이외에도 으로 바뀐 말이 여럿 있다. 앞말이 원말이고 뒷말은 바뀐말이다.

 

나흘날나흗날, 사흘날사흗날, 삼질날삼짇날, 설부르다섣부르다, 이틀날이튿날, 잘다듬다잗다듬다. 잘다랗다잗다랗다, 잘주름잗주름, 풀소푿소.

 

흔히 쓰이지는 않지만 갈고 닦아 쓸 훌륭한 우리말들이 위의 보기에 숨어 있다. 뜻을 익혀 두루 활용하도록 하자.

 

2003/09/04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