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 그리고리 소콜로프 - 너의 의미 : 은수 5주기에 부쳐

들꽃 호아저씨 2023. 10. 20. 00:27

 

 

 

유은수(1999년 3월 3일 - 2018년 10월 20일)

 

 

너의 의미 - 은수 5주기에 부쳐

 

은수야네가 떠난 지 1,825.

아빠는 지금 단식중이다해마다 10월이면 너를 기리는 단식을 해왔지그때마다 고모들과 나는 마음 졸이면서 아빠를 지켜보았고.

 

열흘 전쯤인가아빠가 운영하는 티스토리 <호아저씨 들꽃 블로그>에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백석의 시가 올라왔어너도 알거야전에도 아빠가 여러 번 블로그에 올린 시니까근데 이번엔 그 시의 후반부에 내 눈과 마음이 가서 콱 박히더라.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한탄이며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빠는 늘 영민하고 사려깊고 심지 깊은 너를 자랑스러워했다어쩌면 아빠는 단식이라는 의식을 통해 슬픔과 한탄과 외로움의 극단에서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와도 같은 너를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까.

 

아빠에게 단식은 단순히 애도 차원에서 식()을 끊는 것이 아니었던 거지.

너도 알다시피 밥은 우리의 일상이지그걸 끊는다는 건 일상을 끊는다는 거고.

아빠는 일상을 단절하고 비일상을 끌어들여 산자로 하여금 지금까지 못보던 것을 보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리하여 너의 의미를 새롭게 되살리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제는 알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보름 가까운 단식은 너무 무리야.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더더욱.

은수가 아빠에게 얘기 좀 해주면 안될까.

 

"아빠의 그 뜻 잘 알아요

그러니까 제발 아빠, 

이번을 끝으로 더이상 단식은 하지 마세요

제발이요..ㅠㅠ"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Piano Sonata No. 29 in B-flat major, Op. 106 "Hammerklavier"

I. Allegro
II. Scherzo : Assai vivace
III. Adagio sostenuto
IV. Introduzione : Largo...Allegro - Fuga : Allegro risoluto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Recorded at the Berliner Philharmonie (Berlin, Germany) on June 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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