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 나호열
옷의 역사를 생각해 본다
동물에서 사람이 되었던 날은
부끄러움을 알게 된 그 날
감추어야 할 곳을 알게 된 그 날
옷은 그로부터 넌지시 위계를 가리키는
헛된 위장의 무늬로
입고 벗는 털갈이의 또 다른 이름으로
진화하였다
우화羽化의 아픈 껍질을 깨고
비로소 하늘을 갖는 나비를 꿈꾸며
나는 마음속의 부끄러움을 가렸던 옷을
벗고 또 벗었으나
그 옷은 나를 지켜주고 보듬어주었던
그 누구의 눈물과 한숨일 뿐
내 마음이 허물인 것을 알지 못하였다
가만히 내리는 빗소리
나를 대신하여 허물을 벗는 이의
아픈 발자국 소리로 사무쳐 오는 밤
나는 벌거숭이가 되어
옷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싶다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고
가장과 위선의 허물이 아니라
마음에 새겨지는 문신으로
나를 향해 먼 길을 오는 이의 기쁨으로
이름 짓고 싶다
-『안부』(나호열, 밥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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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1840-93)
교향곡 1번 ‘겨울날의 환상’Symphony No. 1 in G minor "Winter Dreams", Op. 13
I. ‘겨울 여행의 몽상’Daydreams of a winter journey - Allegro tranquillo
II.‘음산한 땅’Land of gloom - Adagio cantabile
III. Scherzo. Allegro scherzando giocoso
IV. Finale. Andante lugubre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jotr Iljitsch Tschaikowski(1840-1893)
교향곡 6번 ‘비장’Sinfonie Nr. 6 h-Moll Op. 74, "Pathetique"
I. Adagio – Allegro non troppo
II. Allegro con grazia
III. Allegro molto vivace
IV. Finale: Adagio lamentoso
Tchaikovsky Symphony Orchestra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Vladimir Fedoseyev
December 23, 2019 Tchaikovsky Concert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bolshoj-simfonicheskij-orkestrbrimeni-p-i-chajkovskogo-vladimir-fedoseev-2-2-154616031706/
Фестиваль искусств «Русская зима». Большой симфонический оркестр име
Фестиваль искусств «Русская зима». Большой симфонический оркестр имени П. И. Чайковского, Владимир Федосеев
meloman.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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