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배한봉
암 수술로 위를 떼어낸 어머니
집에 돌아오자 제일 먼저
세간을 하나둘씩 정리했다.
아팠다. 나는
어머니가 무엇인가를 하나씩 버리는 것이 아파서
자꾸 하늘만 쳐다보았다.
파랗게 새파랗게 깊기만 한 우물 같은 하늘이 한꺼번에 쏟아질 것 같았다.
나는 눈물도 못 흘리게 목구멍 틀어막는 짜증을 내뱉었다.
낡았으나 정갈한 세간이었다.
서러운 것들이 막막하게 하나씩 둘씩 집을 떠나는 봄날이었다.
막막이라는 말이
얼마나 막막한 것인지, 그 막막한 깊이의 우물을 퍼 올리는 봄날이었다.
그 우물로 지은 밥 담던
방짜 놋그릇 한 벌을 내게 물려주던 봄날이었다.
열여덟 살 새색시가 품고 온 놋그릇이
쟁쟁 울던 봄날이었다.
-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배한봉 외 48인, 나무옆의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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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피아노협주곡 3번3. Klavierkonzert c-Moll op. 37
I. Allegro con brio
II. Largo
III. Rondo. Allegro - Presto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교향곡 5번Symphonie Nr. 5 c-Moll, Op. 67
I. Allegro con brio
II.Andante con moto
III. Scherzo. Allegro
IV.Finale. Allegro
Novaya Rossiya State Symphony Orchestra
드미트리 마슬레예프Dmitry Masleev 피아노
유리 바슈메트Yuri Bashmet
December 20. 2020. Tchaikovsky Concert Hall, Moscow, Rus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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